
정향숙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e-브리핑 영상 캡처 이미지)
정향숙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4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산업별 고용 흐름과 임금 구조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용 지표의 양적 확대 이면에 내수 부진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일자리가 전체 고용 증가를 이끄는 사이, 내수와 밀접한 건설업과 도·소매업은 2년 넘게 일자리 축소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건설 일용직 비중이 줄고, 임금 수준이 낮은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 일용직 비중이 늘면서 취약계층 임금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통계 보정으로 드러난 내수 일자리 한파
고용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4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 수는 2,070만 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만 8,000명 증가했다. 외형상 고용은 늘었지만 산업별 편차는 컸다.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과 금융·보험업이 고용 증가를 주도한 반면, 도·소매업과 건설업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번 조사에는 2024년 사업체노동실태 현황 등 최신 모집단 정보가 반영되면서, 2024년 1월 이후 통계가 일괄 보정됐다. 정 과장은 “보정 결과 건설업은 2024년 7월부터 22개월 연속 종사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도·소매업은 2024년 4월부터 25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전 발표 때보다 감소 시작 시점이 다소 앞당겨지면서, 내수 관련 산업의 고용 부진이 보다 길게 이어졌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일용직 임금 끌어내린 산업 구조 변화
산업 간 고용 흐름의 차이는 취약계층 임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3월 기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423만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했다. 상용근로자 임금은 451만 3,000원으로 2.8% 늘었지만, 임시일용근로자 임금은 176만 6,000원으로 0.5%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정 과장은 “임시일용근로자의 임금 감소는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건설 일용근로자의 비중이 줄어든 반면, 임금 수준이 낮은 보건업과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비중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임금 단기 일자리가 줄고, 저임금 단기 일자리가 늘면서 평균 임금이 낮아지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단기·비정규 일자리에 의존하는 계층일수록 소득 감소 압박을 더 크게 받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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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미약한 반등…실질임금은 제자리
제조업 고용은 소폭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4월 제조업 종사자는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증가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산업용 기계·장비 수리업, 전자부품·컴퓨터·영상·통신장비 제조업에서 종사자가 늘었고, 고무·플라스틱제품 제조업, 1차 금속 제조업, 가구 제조업 등에서는 줄었다. 정 과장은 “보정 결과 제조업은 7개월 만에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다만 절대 규모나 증가 폭을 감안하면, 제조업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물가를 감안한 근로자의 체감 임금은 정체에 가깝다. 3월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356만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분기 월평균 임금은 455만 5,000원으로 3.4% 늘었지만, 같은 기간 실질임금은 1.3%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임금총액 자체는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소득 개선 폭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숫자 늘리기 넘어서 질 보는 시선 필요
이번 조사 결과는 고용의 양적 확대와 질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조업 종사자는 소폭 늘고, 보건·사회복지·공공행정 등 서비스 업종은 꾸준히 확대되는 반면, 건설·도소매업은 장기간 종사자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의 무게 중심이 생산과 소비를 떠받치는 전통 내수 산업에서 공공·복지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그림이다.
건설·도소매업의 장기 부진과 임시일용근로자 임금 감소는 내수 회복 없이는 취약계층의 소득 여건과 고용의 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수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의 활력을 되살리고 고용 구조를 다변화하는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숫자로 드러난 고용 확대 뒤에 어떤 산업에서 어떤 형태의 일자리가 늘고 줄었는지, 통계가 던지는 질문을 세밀하게 읽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