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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명분이 법 위에 설 수는 없다

법 위에 서는 순간 집회는 설득력을 잃는다

[데스크칼럼] 명분이 법 위에 설 수는 없다 - 산업종합저널 FA
일러스트=AI 생성 이미지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집회가 열흘을 넘겼다. 출발점은 가볍지 않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참정권 침해 의혹은 민주주의의 밑동을 흔드는 사안이다. 선거권은 시민이 국가를 향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 권리를 침해했다는 의혹 앞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는 일은 낯설지도 않고 부당하지도 않다. 국가는 이를 성가신 소음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문제는 명분이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가 16일 담화문을 통해 사적 검문과 시설 점거, 정당한 업무 방해를 엄단하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당한 권한을 가진 관계자의 출입을 사적으로 통제하거나 업무 수행을 막는 행위를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집회의 목적이 참정권 회복이라면 그 방식은 더더욱 시민의 권리와 법의 절차 안에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타인의 이동과 업무를 막는 순간, 그 주장은 스스로 힘을 잃는다.

정부가 진상 규명과 불법행위 대응을 분리하겠다고 한 점은 옳은 방향이다. 참정권 침해 의혹은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와 국정조사, 제도 개선 논의를 통해 끝까지 밝혀야 한다. 청년 대표를 포함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제도의 허점이 있었다면 고쳐야 하고,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과정을 흐리게 만드는 가장 나쁜 방식은 의혹을 제기한 시민 전체를 불법 시위대로 몰아가는 일이다.

[데스크칼럼] 명분이 법 위에 설 수는 없다 - 산업종합저널 FA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담화문을 발표했다.(e-브리핑 영상캡처)

동시에 일부 참여자의 위법 행위를 집회 전체의 명분으로 감싸서도 안 된다. 체육단체 관계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반출하기 위해 현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일부 반발로 지연됐다는 경찰 설명은 이 집회가 이미 위험한 경계선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시설은 특정 집단의 울타리가 아니다. 시민의 분노가 아무리 크더라도 경기장과 공공 업무를 사적으로 통제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정부 대응도 신중하되 단호해야 한다. 참정권 침해 의혹처럼 민감한 사안일수록 확인되지 않은 말은 빠르게 불신을 키운다. 다만 게시물 삭제와 계정 차단은 표현의 자유와 맞닿아 있는 만큼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 불법을 막겠다는 이유로 정당한 비판까지 막는다면 정부 역시 같은 함정에 빠진다.

잠실 집회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참정권을 지키자는 외침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사적 검문과 점거의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 정부도 시민도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투표함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거리에서도 완성된다. 그러나 그 거리는 누구 한쪽이 점령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권리를 확인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명분이 법 위에 올라서는 순간, 가장 먼저 다치는 것은 그 명분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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