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일반산업단지의 효율성이 경기남부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용지와 고용을 투입한 만큼 생산액이 나오고 있는지를 비교한 결과다. 경기연구원은 개별 산업단지의 문제를 넘어 입지 여건과 산업구조, 기반시설, 기업지원 환경, 중첩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경기북부 일반산단 효율성 분석과 산단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진은 전국 일반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산업용지 규모와 고용자 수를 투입요소로 설정하고 생산액을 산출요소로 삼아 효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경기북부 일반산단은 경기남부와 전국 평균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효율성을 보였다.
보고서는 경기북부의 산업 여건을 둘러싼 구조적 제약에 주목했다. 경기북부에는 성장관리권역과 자연보전권역,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 여러 규제가 중첩돼 있다. 산업단지 조성과 확장뿐 아니라 공장의 신·증설, 신산업 입지, 실증사업 추진에도 제약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산업단지의 공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연구진은 제조업 중심의 저밀·단일용도 구조에서 벗어나 연구개발과 지식서비스, 정보통신, 창업, 시험인증 기능이 함께 들어서는 고밀·복합 산업지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근로자 기숙사와 보육, 문화, 의료 등 생활SOC까지 산업시설구역 안에 유치할 수 있도록 허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장 신·증설 규제는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투자 성격에 따라 선택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전기차와 배터리, 도심항공교통, 방산, 바이오, 친환경 소재 등 신산업과 친환경·고용창출형 투자에 대해서는 성장관리권역 내 제한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팩토리와 친환경 설비, ESG 투자 기업에 공장총량 배정 시 가점이나 우선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관련해서는 군사협의 절차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표준서식과 처리기한, 심의기준, 사전협의 절차를 매뉴얼로 만들고 군사적 영향이 낮은 설계 기준을 충족하면 높이와 용적률, 개발행위 제한을 조건부로 완화하는 방안이다.
기관별로 흩어진 인허가 절차를 한곳에서 처리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봤다. 건축과 환경, 교통, 군사, 산지 관련 심의를 산업지구 단위에서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통합 인허가센터나 원스톱 창구를 설치하고 동시심사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경기북부 산업단지를 신산업 실증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보고서에 담겼다. 드론과 UAM, 자율주행, 스마트물류, RE100·분산에너지, 폐수·대기·자원순환 공동처리 분야를 대상으로 실증특구와 규제샌드박스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안전관리와 데이터 공개, 사후평가를 조건으로 규제를 합리화할 수 있다고 봤다.
모든 산업단지에 같은 정책을 동시에 적용하기보다 노후도가 높거나 전략적 파급효과가 큰 산업단지 3~5곳을 선도산업지구로 먼저 지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들 지역에는 공장총량 조정과 용도 규제 유연화, 건축밀도 완화, 군사협의 절차 단축, 기존 산단 재생 특례, 실증특구·규제샌드박스, 통합 인허가 등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는 구상이다.
조성택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북부 산업단지의 낮은 효율성이 개별 기업의 문제라기보다 산업입지와 규제, 기반시설이 함께 작용한 구조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경기북부 산단을 단순한 생산공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신산업 실증과 기술사업화, 기업 성장, 정주지원 기능이 결합된 혁신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은 용적률과 용도 특례, 공장총량 가산, 통합 인허가와 함께 정책금융과 세제혜택, 기반시설 투자, 기업지원 서비스를 패키지로 연계해야 실질적인 투자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내놓은 해법은 하나의 규제를 푸는 데 그치지 않는다. 노후산단 재생과 산업구조 고도화, 인허가 체계 개선, 신산업 실증, 재정·금융 지원을 함께 묶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기북부 산단의 낮은 효율성은 어느 한 기업이나 산업단지의 문제로 좁혀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