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서 자산 규모와 국민연금 투자액이 큰 상장사일수록 자발적 ESG 공시 참여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업력이 긴 기업은 공시 참여가 상대적으로 낮아,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겨냥한 맞춤형 지원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3일 발간한 ‘ESG공시, 누가 왜 하는가: 자발적 공시의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2025년 기준 코스피 상장사 801곳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상장폐지 기업 18곳을 제외한 분석 대상 가운데 자발적으로 ESG 정보를 공시한 기업은 222곳으로, 전체의 27.7%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ESG 정보를 자율 공시한 법인은 2021년 78곳에서 2025년 225곳으로 늘었다. 다만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완만해진 흐름이다. 자산 규모별로 보면 하위 20% 기업의 ESG 공시율은 0%였고, 상위 20% 기업은 76.2%로 집계됐다. 자산 규모 1분위부터 5분위까지 공시율은 0%, 4.4%, 15.6%, 42.5%, 76.2% 순이었다.
업종별 공시율은 금융업 59.6%가 가장 높았고, 기타 업종 31.6%, 제조업 22.5% 순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업 특성, 자본시장 압력, 글로벌 탄소규제를 변수로 둔 단계적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공시 요인을 살폈다.
분석 결과 자산 규모와 국민연금 투자액이 클수록 자발적 ESG 공시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졌다. 배출권거래제도와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대상 기업도 공시 참여 가능성이 높았다. 변수별 승산비는 자산 규모 1.910, 배출권거래제도 1.808, 탄소국경조정제도 1.616, 국민연금 투자액 1.442였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자발적 ESG 공시와 유의한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업력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했다. 업력 23년 미만 기업의 ESG 공시율은 41.5%였지만, 64년 이상 기업은 22.6%에 그쳤다. 보고서는 오래된 기업일수록 기존 재무공시 체계가 굳어 있어 ESG 전담 조직과 데이터 인프라 전환이 늦어진 결과로 해석했다. 자산 규모가 작고 업력이 긴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ESG 공시 참여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으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 8일 ESG 공시 제도화 최종안을 발표하고 2027회계연도부터 연결 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법정 공시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공시 대상은 2028년 연결 자산 10조원 이상 약 107곳에서 2029년 5조원 이상 약 157곳으로 넓어지며, 2030년에는 연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검토된다. 종속회사를 포함하면 공시 대상은 2028년 291곳, 2029년 3,171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공시 기준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IFRS S1·S2를 바탕으로 한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적용된다. ESG 정보는 재무제표와 같은 시점인 3월 말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되며, 제도 도입 초기 3년 동안은 공시정보 전체에 한시적 면책조항이 붙는다. 스코프3 공시는 3년간 유예되고, 제3자 인증은 2030년부터 의무화될 예정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공시제도를 운영할 때 자산 규모뿐 아니라 배출권거래제도와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상 여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파일럿 테스트와 ESG 컨설팅 대상에 업력이 길고 규모가 작은 제조기업을 포함하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활동과 기업과의 대화 과정에 ESG 공시 요구를 더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3자 인증의 세부 기준을 마련할 때는 기업 부담과 국제 기준 간 정합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