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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경기도 조직개편, 조직도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

조직 통폐합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 구조와 도민 체감

조직도를 바꾸는 일은 어렵지 않다. 네모 칸 몇 개를 합치고 이름을 고치면 된다. 그러나 행정의 습관을 바꾸는 일은 전혀 다르다. 경기도가 인사보다 조직개편을 먼저 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개편이 단순한 조직표 손질에 머물지 않을지부터 지켜볼 일이다.

경기도는 민선 9기 출범 이후 재정위기 발생 과정과 실·국 업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부서 간 칸막이와 유사·중복 업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례적으로 외부에 맡긴 업무와 불필요한 용역 수행 관행도 문제로 꼽았다. 사람을 먼저 바꾸기보다 조직의 기능과 책임 구조부터 손보겠다는 것이다.
[데스크칼럼] 경기도 조직개편, 조직도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 - 산업종합저널 FA
일러스트 = 산업종합저널 (AI 활용)

순서는 틀리지 않았다. 부서 사이에 같은 일이 겹치고 책임은 흩어진 상태에서 인사만 반복하면 이름표만 바뀔 가능성이 크다. 어떤 사업은 여러 부서가 동시에 관여하면서도 정작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 곳을 찾기 어렵다. 용역과 외부 위탁도 마찬가지다. 필요해서 맡기는 것과 관행이라 맡기는 것은 다르다. 경기도가 재정위기까지 거론했다면 이런 오래된 관성을 걷어내겠다는 문제의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칸막이 행정’과 ‘유사·중복 업무’는 행정조직 개편 때마다 등장하는 익숙한 말이다. 불필요한 용역을 줄이겠다는 약속도 새롭지 않다. 말이 낡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실행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어느 부서의 어떤 기능이 겹쳤는지 밝히지 못하고 조직 명칭과 소속만 바꾼다면 혁신이라는 말은 금세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조직개편의 성패는 부서가 몇 개 줄었는지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도민 입장에서는 어느 부서가 없어졌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민원 하나를 처리하려고 몇 곳을 돌던 일이 줄었는지, 복지와 교통처럼 여러 부서가 얽힌 사업에서 책임 주체가 또렷해졌는지가 중요하다. 행정 내부의 효율은 결국 도민이 겪는 불편의 감소로 증명돼야 한다.

인사도 이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기도는 조직개편안을 만든 뒤 민선 9기 인사원칙을 세우겠다고 했다. 새 조직에 맞춰 사람과 책임을 배치하겠다는 취지라면 자연스럽다. 다만 향후 개편이 특정 인력의 이동을 합리화하는 수단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으려면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노동조합과 소통하겠다는 약속 역시 이런 과정에서 의미를 갖는다.

경기도가 다음에 내놓아야 할 것은 선언이 아니라 숫자와 목록이다. 어떤 기능을 합치고 무엇을 없앨지 보여줘야 한다. 정원은 어떻게 달라지고 외부 위탁과 용역은 무엇을 정비할지도 설명해야 한다. 재정 효과가 있다면 그 규모와 활용 방향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이번 개편이 ‘재정위기’라는 무거운 말을 꺼낼 만큼 실질적인 조치인지 판단할 수 있다.

조직혁신은 조직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작업이 아니다. 책임이 흐려진 곳에 이름을 붙이고 관행으로 굳어진 일을 다시 묻는 과정이다. 조직도에서 네모 칸 하나가 사라지는 것보다, 도민이 행정 창구를 한 곳 덜 찾게 되는 변화가 더 중요하다. 경기도가 말한 혁신도 결국 그런 결과로 증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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