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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남을 이유가 없다

일자리 하나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경력’이 보이는 지역이다

전입신고 한 장이 지역의 미래를 바꾸지는 않는다. 청년 한 사람이 주소를 옮기면 오늘의 인구통계는 달라진다. 그러나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벌며 몇 년 뒤에도 그곳에 남아 있을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지방소멸을 말하면서 우리는 너무 오래 ‘몇 명이 왔는가’를 셌다. 정작 물어야 할 것은 ‘왜 남아 있는가’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전입지원금과 주거비를 지급하고 빈집을 고쳐 사람을 불러들인다. 지역에서 살아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람을 불러오는 정책 자체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지원이 끝나는 순간 떠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정착이 아니라 잠시 머문 기록에 불과하다.

청년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를 더 많은 일자리만으로 설명해서는 부족하다. 첫 직장 다음에 옮겨갈 회사가 있고, 다른 직무를 익힐 기회가 있으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청년이 찾는 것은 채용 공고 한 장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경력의 경로다.

[데스크칼럼]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남을 이유가 없다 - 산업종합저널 FA
만평=산업종합저널·생성형 AI 활용

국회미래연구원의 분석에서 울산은 2010∼2024년 1인당 실질 지역내총생산이 전국 최고 수준이었지만 청년 순이동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은 울산보다 1인당 생산액이 낮았지만 청년은 들어왔다. 이 역설은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보여준다. 청년을 붙잡는 힘은 지역이 얼마나 많은 부를 생산하느냐보다, 그 안에서 어떤 미래를 이어갈 수 있느냐에 더 가깝다.

공장이 있어도 선택할 직무가 적고, 한 회사를 떠난 뒤 같은 지역에서 다음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면 청년에게 그 도시는 오래 머물 곳이 되기 힘들다. 반대로 제조업이 연구개발과 설계, 소프트웨어, 데이터, 품질·안전, 금융·서비스와 연결되면 하나의 산업에서도 여러 경력이 만들어진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일자리 하나가 아니라 일자리들이 이어지는 구조다. 기업과 대학이 필요한 인재를 함께 길러내고, 첫 취업이 숙련과 승진·이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근로자가 지역에서 소비하고 가족과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와 교통, 의료, 교육도 따라붙어야 한다. 산업과 생활이 따로 움직이면 취업은 가능해도 정착은 어렵다.

인구가 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제도 다시 살펴야 한다. 사람이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생산과 소비, 투자가 저절로 늘지는 않는다. 유입된 사람이 지역 산업 안에서 일하고 창업하며 소득을 써야 인구가 경제적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부터 데려오면 경제가 따라 살아날 것이라는 순서는 거꾸로일 수 있다.

성과를 재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몇 명을 전입시켰고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는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취업한 청년이 3년 뒤에도 지역에서 일하는지, 임금과 숙련이 높아졌는지,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도 다음 직장과 직무를 선택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모든 지역이 수도권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놓고 경쟁할 수도 없다. 지역마다 산업과 생활 여건이 다른 만큼 머물 이유도 달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몇 명을 데려왔느냐가 아니다. 이미 들어온 사람이 다음 선택을 위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갖추는 일이다.

‘인구 유치’라는 말에는 사람을 데려오면 지역의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사람은 유치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판단해 삶의 터전을 고르는 주체다. 지원금으로 주소를 옮기게 할 수는 있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곳에 시간을 붙들어 둘 수는 없다.

지방소멸 대응의 출발점은 사람 숫자를 붙잡는 데 있지 않다. 산업과 일자리, 직무와 경력, 일과 생활을 끊기지 않게 잇는 데 있다. 한 사람이 그 지역에서 자신의 다음 10년을 그릴 수 있을 때, 전입은 비로소 정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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