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배너

[이슈] AI 시대의 고용, 감원 전망과 업무 재편 사이

WEF 기업 설문에 역량 개발·인력 축소 계획 병존…ILO, AI 노출과 실제 일자리 손실 구분

인공지능(AI)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인력 감축과 업무 전환에 관한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기업 설문에는 직원 역량 개발과 재배치 계획, 인력 축소 계획이 함께 나타났다. 현장 연구에서는 특정 업무의 생산성 개선과 AI 관련 신규 과제의 발생도 확인됐다.

[이슈] AI 시대의 고용, 감원 전망과 업무 재편 사이 - 산업종합저널 FA
콘텐츠 연출=본지 (생성형 AI 기반)

서로 다른 결과처럼 보이지만 각 자료가 측정하는 대상은 다르다. 기업의 인력 운용 계획은 실제 감원 실적과 같지 않다. AI에 노출된 직업의 비중 역시 예상 실직률을 뜻하지 않는다. 특정 업무에서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같은 비율로 인력이 줄어든다고 볼 수도 없다. AI의 고용 영향을 판단하려면 기업의 계획과 기술적 노출, 실제 노동시장 변화를 나눠 살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이 2025년 발표한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조사 대상 고용주의 77%는 AI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의 역량을 높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반면 41%는 AI가 일부 업무를 자동화함에 따라 인력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절반에 가까운 고용주는 AI의 영향을 받는 직무에 있던 인력을 조직 내 다른 업무로 옮길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과 재배치, 인력 축소가 기업의 대응 계획에 동시에 포함된 셈이다. 다만 41%는 인력 축소 계획을 밝힌 고용주의 비율이다. 전체 근로자의 41%가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도 아니고 이미 같은 규모의 감원이 이뤄졌다는 의미도 아니다.

WEF 조사는 22개 산업과 55개 경제권의 1,000개 이상 주요 고용주를 대상으로 했다. 이들 기업이 대표하는 근로자는 1,400만명 이상이다. 이들 전체를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향후 어떤 대응을 예상하는지 살핀 자료다.

WEF는 기술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 경제적 불확실성, 지정학적 요인 등에 따라 2030년까지 1억7,0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9,200만개가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순증 규모는 7,800만개다. 이 수치는 AI 하나만의 영향을 계산한 것이 아니라 여러 거시적 변화를 함께 반영한 전망이다.

직무별 흐름도 엇갈린다. AI·머신러닝 등 기술 관련 직무는 빠르게 성장할 직종에 포함됐다. 돌봄과 교육 분야에서도 고용 증가가 예상됐다. 반면 계산원과 행정 보조원 등 일부 직무는 감소 전망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일자리 수가 늘더라도 모든 직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기존 근로자가 새로 생기는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지도 별개의 문제다. WEF는 세계 인력을 100명으로 가정할 경우 2030년까지 59명에게 재교육이나 역량 향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11명은 필요한 교육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운 직무가 생기는 것과 기존 종사자가 그 자리로 이동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폴란드 국립연구기관 NASK는 다른 각도에서 AI 영향을 분석했다. 두 기관이 2025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세계 고용의 25%는 생성형 AI에 잠재적으로 노출된 직업에 속한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 비율이 34%로 높아진다.

여기서 노출은 곧 실직을 의미하지 않는다. 해당 직업을 구성하는 업무 가운데 일부를 생성형 AI가 수행하거나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약 3만개의 직업 과제를 바탕으로 전문가 검증과 AI 기반 평가, 노동시장 자료를 결합해 노출 수준을 분석했다. 사무직의 노출 수준이 가장 높았다. 금융·소프트웨어·미디어 관련 직업 가운데 디지털화 수준이 높은 일부 인지 업무에서도 노출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ILO는 상당수 직업에서 완전한 대체보다 업무 내용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다. 하나의 직업이 여러 과제로 구성돼 있고 이 가운데 사람의 판단과 개입이 필요한 업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AI 활용이 가능하더라도 실제 도입 여부는 비용과 인프라, 기업의 선택, 노동자의 활용 역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ILO는 올해 4월 17일 발표한 연구 브리프에서도 AI 노출지표를 실제 일자리 감소나 노동시장 결과의 예측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실제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취지다.

기업이 AI를 이유로 인력을 줄였다가 판단을 되돌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트너는 2029년까지 AI 대체를 이유로 해고된 직원 가운데 30%를 기업이 다시 고용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고용 과정에서 기존보다 높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 30% 역시 실제 재고용 실적이 아니다. 전체 근로자나 전체 해고자의 30%를 뜻하지도 않는다. AI 대체를 이유로 해고된 인력을 대상으로 한 미래 전망이다.

[이슈] AI 시대의 고용, 감원 전망과 업무 재편 사이 - 산업종합저널 FA
개념 시각화=산업종합저널 (AI 활용)

가트너는 AI를 주로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기업이 지나치게 이른 시점에 과도한 인력 감축을 단행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AI를 활용한 직무 재설계와 기존 직원의 새로운 역할 배치를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AI가 생산성을 높인 사례가 확인된다.

스탠퍼드대 소속 에릭 브린욜프슨과 대니엘 리·린지 레이먼드 연구진이 2025년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게재한 ‘Generative AI at Work’는 고객지원 상담원 5,172명의 업무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AI 보조 도구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상담원의 시간당 해결 건수는 평균 15% 증가했다. 저숙련·저경력 직원의 개선 폭은 약 30%로 더 컸다. 반면 고숙련·고경력 직원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중요한 점은 AI가 상담원을 대신해 고객과 직접 대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AI는 상담원에게 응답 문구와 관련 정보를 제안했고 상담원은 이를 선택하거나 수정했다. 사람을 대신한 자동화보다 사람이 AI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 사례에 가깝다.

분석 대상은 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기업과 위탁업체의 고객지원 현장이었다. AI 도구 도입은 주로 2020년 가을과 2021년 겨울에 진행됐다. 연구에서 확인된 생산성 개선을 현재 모든 업종과 직무의 효과로 확대해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연구진 역시 이 자료만으로 전체 고용과 임금 효과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료에서는 임금이나 전체 노동수요, 신규 채용 인력의 구성 변화를 관측할 수 없었다. 평균 생산성 증가율 15%를 인력 감축 가능 비율로 바꿔 읽을 수는 없다.

노동시장 지표를 직접 살핀 덴마크 연구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시카고대 앤더스 훔럼과 코펜하겐대 에밀리 베스터고르의 연구는 2025년 NBER 작업논문으로 처음 공개된 뒤 올해 10월 브루킹스연구소를 통해 연구 결과가 다시 소개됐다. 연구진은 덴마크에서 AI 노출도가 높은 11개 직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챗봇 도입의 영향을 분석했다.

2024년 조사에서는 약 2만5,000건의 유효·완료 응답을 확보했고 이를 같은 해 12월까지의 월별 행정자료와 연결했다. 연구진은 소득과 근로시간, 직업 이동 등을 살폈다.

분석 결과 챗봇 사용에 따른 소득과 근로시간의 유의미한 평균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업장 수준에서도 인원과 임금 총액, 일자리 창출과 소멸에서 AI 도입과 연결되는 뚜렷한 차별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덴마크 노동시장에서 고용이나 소득 자체가 변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비슷한 조건의 비교집단과 대조했을 때 AI 챗봇 사용과 연결되는 별도의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신 업무의 내용에서는 변화가 나타났다. AI를 활용한 콘텐츠 작성과 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AI 결과물의 품질을 검토하고 윤리·준법 문제를 살피는 작업, 기존 업무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과제 등이 생겼다. 챗봇 사용자의 85%는 AI로 절약한 시간을 다른 업무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일부 AI 노출 직종에서는 초기 경력자의 고용 감소도 관측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AI 도입의 결과로 곧바로 해석하지 않았다. 실제 챗봇 사용을 장려한 사업장에서 초기 경력자의 고용이 비교집단보다 더 크게 줄었다는 차별적인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의 시간적 범위도 제한돼 있다. 분석 자료는 2024년 12월까지다. 올해 공개된 연구라고 해서 올해 노동시장 상황까지 반영한 것은 아니다. 덴마크의 분석 결과를 한국이나 다른 국가의 고용 상황으로 그대로 옮길 수도 없다.

WEF의 수치는 기업의 미래 인력 운용 계획을 보여준다. ILO는 직업이 생성형 AI에 얼마나 노출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고객지원 연구는 특정 업무의 생산성 변화를, 덴마크 연구는 초기 AI 도입기의 노동시장 변화를 살폈다. 서로 다른 숫자를 하나의 감원율로 묶을 수 없는 이유다.

분명한 변화는 일의 내용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AI가 답변을 제안하면 사람은 이를 검토하고, 처리 시간이 줄면 남은 시간에는 다른 업무가 들어온다. 기업은 사람을 줄이는 방안과 다시 가르쳐 다른 자리에 배치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중이라고 하지만, AI가 몇 개의 일자리를 없앨지는 아직 전망의 영역에 있다. 사람의 일이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은 관측의 영역이다.


0 / 1000


많이 본 뉴스

[기획] ‘신중 속 선택적 확장’…2026년 기업 투자·경영 전략의 두 얼굴

2026년을 맞이한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고환율, 고금리, 글로벌 통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확장’보다는 ‘유지’, ‘보수’보다는 ‘선택적 전진’을 택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움츠러든 것은 아니다. 산업별·기업규모별로 온도차가

[피지컬 AI, 한국 제조의 다음 10년] 4부_“사라지는 명장 손맛, AI로 살린다”

경기도 시흥 정왕동에 들어서는 ‘피지컬 AI 확산센터’는 838㎡ 규모의 로봇·AI 실증 거점이다. 정왕어울림센터 5층 경기시흥 AI 혁신센터 내에 조성되며, 반월·시화 국가산단과 시흥스마트허브를 배후로 제조·물류 기업의 공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로봇·AI를 실제 산업 현장과 유사한 조건에서 시험

[이슈 기획] AI가 흔드는 반도체 제조, 누가 살아남을까

AI 시대, 미세공정만으론 버티기 어려운 구도 AI 수요 확대는 반도체 제조의 설계와 생산 방식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공정과 후공정이 비교적 분리된 분업 구조를 유지했지만, 이제는 칩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정 전 단계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피지컬 AI, 한국 제조의 다음 10년] 3부_시흥 ‘확산센터’ 설계도

경기도 시흥 정왕동에 들어서는 ‘피지컬 AI 확산센터’는 규모와 입지부터 철저히 현장을 겨냥한다. 센터는 정왕어울림센터 5층 경기시흥 AI 혁신센터 내 전용면적 838㎡ 규모로 조성되며 로봇과 AI를 실제 공정과 유사한 조건서 시험하는 실증 공간으로 운영된다. 1월 말부터 한 달간 진행된 입

"데이터는 연료인가, 도둑질인가"… AI 저작권, '공정 이용'의 딜레마

AI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가 산업 전반의 중대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동안 ‘공정 이용’이라는 이름 아래 포장되어온 관행이 기술의 확산 속에서 더 이상 용인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AI 기업들과 콘텐츠 제작자 양측 모두에게 시급한 판단을 요구한다. 특히 한국은 주요국과 달




산업전시회 일정


미리가보는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