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빼돌린 쪽이 이익을 챙기고 개발한 기업에는 손실만 남는다면, 형량을 높여도 기술유출을 막기 어렵다. 유출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는 일과 피해기업이 손실을 배상받도록 하는 일은 각각 필요하다. 빼돌린 사람에게 이익이 남지 않는 것과 기술을 빼앗긴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부가 19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논의한 강화 방안은 이 방향에서 평가할 만하다. 국가핵심기술의 사전 보호를 강화하고, 중소기업·대학의 보안 취약점을 줄이며, 범죄수익 몰수·추징 대상을 넓히겠다고 했다. 기술유출을 막는 일부터 적발 이후의 대응까지 손보려는 취지는 옳다.
위험을 설명하는 데 과장은 필요 없다. 산업부가 제시한 국정원 적발 기준 산업기술 해외유출 건수는 2021년 22건, 2022년 20건, 2023년과 2024년 각각 23건, 지난해 19건이다. 해마다 급증한 수치는 아니지만 최근 5년간 107건이 적발됐다. 위험이 이어지는 만큼 보호 체계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처벌과 배상 강화 역시 처음 나온 대책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고의적인 산업기술 침해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법원이 인정한 손해액의 3배에서 5배로 높였다. 2024년부터 적용된 양형기준도 국가핵심기술 등의 국외침해를 별도 유형으로 다룬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강한 규정의 존재만이 아니다. 실제 사건에서 범죄수익을 박탈하고, 피해기업이 손해를 산정·입증해 배상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작동하는지다.
정부가 몰수·추징 대상을 확대하고 손해배상액에 기술개발 비용을 반영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을 훔쳐 얻을 이익보다 잃을 것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범죄수익을 거둬들인다고 피해기업의 손해배상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범죄수익 박탈과 피해 회복은 목적과 절차가 다른 만큼, 환수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피해기업이 실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도 갖춰야 한다.
배상의 실효성은 손해를 어떻게 산정하고 입증하도록 하느냐에 달렸다. 유출된 기술에 실제로 투입한 개발비를 가려내야 하지만, 기업 전체 연구개발비를 일률적으로 손해액에 넣을 수는 없다. 기술과 비용의 관련성을 판단할 기준이 분명해야 피해기업의 입증 부담을 덜면서도 법원이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수사 공조와 현장 지원은 이 두 과제를 떠받치는 조건이다. 산업부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도입하더라도 기존 수사기관과 역할을 나누고 기술 판단과 증거 확보를 연결하지 못하면 대응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 중소기업과 대학의 보안 취약점도 조사나 개선 명령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부족한 인력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진단과 지원이 따라야 한다.
핵심인재 대책에는 또 다른 균형이 필요하다. 해외 이직에 따른 유출 위험을 관리하되 이직 자체를 침해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보호할 기술과 금지할 행위를 명확히 하고, 인재가 국내 산업에 남아 역량을 펼칠 여건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관련 법 개정안의 10월 중 발의를 추진하고, 연내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제6차 산업기술보호 종합계획에도 과제들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기술보호 강화의 방향은 맞다. 성패는 유출 전에 기술을 지키고, 유출 뒤에는 부당이익을 거둬들이며, 피해기업이 정당한 배상을 받도록 제도를 연결하는 데 달렸다. 기술을 빼돌려서는 남는 것이 없고, 기술을 빼앗긴 기업이 손실을 홀로 떠안지도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