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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연결 넘어 분쟁 대응까지…플랫폼 서비스에 국가표준 마련

국표원, 판매자 확인·반품·환불 등 서비스 절차 6단계로 정리

중고거래 플랫폼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손쉽게 연결하지만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까지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사진과 설명만으로는 물품 상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고, 거래가 끝난 뒤 하자가 발견되면 환불이나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투기도 한다. 중고거래가 일상적인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은 만큼 플랫폼이 거래 전후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분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중요해졌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10월 28일 ‘중고품 중개 플랫폼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국가표준(KS)으로 제정했다. 회원가입과 판매자 확인부터 상품 등록, 거래 방식 선택, 반품·환불, 분쟁 처리까지 플랫폼 서비스 전반의 절차를 정리한 것이다.

중고거래, 연결 넘어 분쟁 대응까지…플랫폼 서비스에 국가표준 마련 - 산업종합저널 전자
그래픽=산업종합저널(생성형 AI 시각화)

중고거래 시장 35조 원…상품정보·환불 갈등 이어져
중고거래는 개인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고 필요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이 확대돼 왔다. 하지만 거래의 편리함이 곧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표원이 제정 자료에서 인용한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35조 원이다. 와이즈앱·리테일이 집계한 2025년 8월 이용자 수는 2,339만 명으로 제시됐다. 시장 규모와 이용자 수는 집계 시점이 다르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이 소비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거래가 늘면서 상품정보와 환불을 둘러싼 갈등도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거래 플랫폼 관련 상담은 2,790건이었다. 이 가운데 판매자가 미리 알린 내용과 실제 상품정보가 다른 사례가 903건으로 32.4%를 차지했다.

주문취소 시 환불을 거부한 사례는 376건(13.5%), 구매 후 물품을 보내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한 사례는 322건(11.5%)이었다.

이 수치는 전체 중고거래에서 피해가 발생한 비율이 아니라 접수된 상담의 유형별 비중이다. 그럼에도 거래 상대방의 설명을 믿고 구매를 결정해야 하는 중고거래의 특성상 상품정보 확인과 사후 분쟁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2023년 자율협약부터 분쟁 기준 마련…2024년 보완도
플랫폼의 책임과 분쟁 해결 절차를 정비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2023년 6월 12일 당근마켓·번개장터·세컨웨어·중고나라 등 4개 플랫폼과 제품안전·분쟁해결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참여 플랫폼은 리콜 대상 제품의 유통을 차단하고 중고거래 분쟁해결기준과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기로 했다.

판매자에게는 하자 등 중요한 상품정보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구매자에게는 판매 게시글의 내용을 성실하게 확인하도록 권고했다. 플랫폼 역시 공정하고 투명한 분쟁 해결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참고할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했다. 휴대전화 수령 후 3일 이내에 판매자가 알리지 않은 중대한 하자가 정상적인 사용 중 발생했다면 수리비 배상이나 전액 환불을 권고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기준은 당사자 간 합의를 돕기 위한 권고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2024년 12월 의복류와 대형가전에 대한 분쟁 해결 기준을 추가하는 등 협약 내용을 보완했다.

기존 협약이 참여 플랫폼의 자율적인 이행을 토대로 분쟁 해결 기준과 절차를 마련했다면, 새 KS는 거래 전후 서비스 전반을 국가 차원의 공통 기준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판매자 확인부터 거래 후 평가까지…서비스 6단계 제시
국가표준은 중고품 중개 플랫폼의 서비스 제공 과정을 6단계로 나눴다.

회원가입 및 판매자 확인, 상품 등록 및 관리, 검색·문의·협의, 거래 방식 선택, 반품 및 환불, 평가 및 피드백이다. 구매자가 물품을 찾기 전부터 거래가 끝난 뒤까지 플랫폼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했다.

판매자 확인 과정에서는 개인 판매자와 사업자인 판매자를 구분하도록 했다. 구매자가 거래 상대방의 유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거래 방식에 따른 차이도 반영했다. 비대면 거래에서는 배송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반품·환불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대면 거래에서는 현장에서 물품의 하자를 확인하고 거래 이력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중고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물품 상태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기 쉽다. 구매 전 확인해야 할 정보와 거래 이후 남겨야 할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분쟁 처리도 5단계…합의 어려우면 외부 조정 안내
거래 이후 갈등이 발생했을 때 플랫폼이 따라야 할 절차도 구체화했다.

분쟁 처리는 접수, 사실관계 확인, 책임 및 분쟁 내용 검토, 합의 권고, 외부 조정기관 안내의 5단계로 구성된다.

플랫폼이 분쟁을 접수하면 거래 내용과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책임 소재를 검토한 뒤 당사자 간 합의를 권고하는 방식이다. 내부 절차로 해결하지 못한 경우에는 외부 분쟁조정기관을 안내하도록 했다.

국표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를 인용해 분쟁조정 신청이 2020년 906건에서 2025년 5,848건으로 약 6.4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5년 중고거래 관련 직거래 사기 피해액도 약 8,741억 원으로 제시했다.

분쟁조정 신청 건수와 사기 피해액은 각각 다른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중고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피해에 대응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국가표준이 마련됐다고 모든 분쟁에서 플랫폼이 환불이나 배상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표준은 거래 절차와 분쟁 대응의 공통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개별 거래의 책임과 보상 여부는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역할은 물건을 사고팔 사람을 연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거래가 끝난 뒤 문제가 생겼을 때 이용자가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고 어떤 절차를 거칠 수 있는지도 서비스 신뢰를 좌우한다.

국표원은 새 국가표준을 통해 거래 과정의 혼선을 줄이고 분쟁을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는 플랫폼들이 이 기준을 실제 서비스에 얼마나 반영하고 이용자의 문제 해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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