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의 일반적 특징에는 확대성이 있다. 작은 불씨가 주변부로 옮기며, 삽시간에 큰 불길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피해를 최대한 경감시킬 수 있는 소방·방재 제품의 유무는 화재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눈길을 끄는 소방·방재 제품이 무엇이 있을지, 1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코리아빌드 위크'(KOREA BUILD WEEK)를 찾았다.
장애인‧독거노인 위한 방재 설비
무선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화재탐지 설비를 제작하는 (주)미창은 장애인,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시각 경보 유도 장치, 청각 장애인 특화 LED 단독 경보형 연기 감지기를 선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주)미창의 이도건 차장이 시각장애인용 연기 감지기를 직접 시연하자,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보기 전면부의 LED가 번쩍 거리기 시작했다.
이도건 차장은 "화재가 나면 연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비상구가 잘 안 보이게 된다. 비상구 유도를 위한 화재 경보음이 울리는데, 청각장애인은 경보음을 듣는 데 제약이 있다. 강한 밝기의 LED가 대피를 유도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장애인의 경우 화재와 같은 재난에 더 취약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 화재로 인한 장애인 사상자 수는 장애인 인구 10만 명당 9.1명으로 확인된다. 이는 비장애인 인구 10만 명당 사상자와 견줬을 때보다 2.2배 높은 수준이다.
이 감지기는 충북 음성소방서와 공동 개발했다. 소방서 측이 노인이나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방재 대책을 고민하다, 이 업체와 손을 잡은 것이다. 원래는 무선통신 기술을 적용한 호출기 등 안전·복지 분야를 주로 해왔다가 이 일을 계기로 소방 분야도 진행하고 있다.
![[화마(火魔)와 싸우다②] 화재에 더 취약한 장애인…특화 방재설비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http://pimg.daara.co.kr/kidd/photo/2023/02/17/thumbs/thumb_520390_1676621171_19.jpg)
지난해 7월 세종소방본부 소속 소방대원들이 불이 난 전기차를 ‘질식소화포’로 덮어 불을 끄고 있다. (사진=세종시)
전기차 화재 초기 진압 돕는 질식 소화포
최근 전기차 화재로 큰 이슈가 됐던 적이 있다. 물을 아무리 부어도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부산 남해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발생 후 7시간 만에 겨우 진화됐다.
전기차 베터리 열 폭주로 불이 꺼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자, 일선 소방서에선 초기 진압용으로 질식소화포를 도입하고 있다.
담요 크기(600x900cm)의 질식포를 화재가 난 차량이나 설비 등에 덮으면 불길이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유독가스 유출을 방지한다. 산소를 제거해 불을 끈다고 해서 질식소화포라는 이름을 얻었다.
소방·방재 전문 회사 주식회사 휴어템은 이번 전시에 화재 진압용 질식소화포를 선보였다.
유리섬유(Fiberglass)와 하이실리카(hi-Silica) 소재로 제작한 이 제품은 종류에 따라 최대 내열온도가 섭씨 1천200도에서 1천800도까지 5분 이내로 불 속에서 견딜 수 있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다만,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연소 시간이 길고 지속적인 열 전이로 인해 질식소화포로 불길을 제압하기엔 무리가 있다. 물이 가득찬 수조에 전기차를 담그거나 냉각용 특수 관창(소방노즐)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되고 활용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 회사의 양광모 대표이사는 "전기차는 공기만 차단한다고 화재가 진압되는 게 아니다. 결국 물로 꺼야 한다"라고 말했다.
질식소화포가 무용지물이 된 셈인데, 이 업체는 대안으로 기존의 질식소화포에 구멍을 뚫고 관창(소방노즐)을 연결해 차량 내부에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량했다.
양 대표이사는 "수조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지하 주차장이나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사용이 어렵고 설치 시간도 오래 소요된다"라며 “질식소화포는 비교적 제약이 없고,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다”라고 했다.
실제로 국립소방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진압 실험에서 간이수조 설치와 충수, 전기차 이동 등에 소요된 시간은 약 40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c)산업종합저널.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