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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톺아보기] “정년 이후의 일, 누가 자리를 만드는가”

공존을 가로막는 건 사람 아닌 구조… 5070세대의 재도전이 묻는 질문

[산업톺아보기] “정년 이후의 일, 누가 자리를 만드는가”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

면접 대기열에 선 이들 중 절반은 50대 이후였다. 흰 셔츠에 정장 바지, 들고 있는 서류봉투. 복장은 제각각이지만 표정은 닮아 있었다. 긴장감, 약간의 체념,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지. 그들이 손에 쥔 이력서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라, 다음 생계를 향한 절박한 문이었다.

50대, 60대, 70대. 누군가는 말한다. 일은 청년이 하는 거라고. 속도와 체력이 중요하다고. 그 나이엔 쉬라고. 그러나 생계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말은 욕심이 아니라 절실함이다. 그 간절함 앞에서 우리는 어떤 자리를 준비했는가.

14일 킨텍스에서 열린 ‘5070 일자리 박람회’는 대단한 혁신이 아니었다. 다만 오래된 침묵에 대한 작고 분명한 응답이었다. 이력서를 들고, 커리어 코칭을 받고, 낯선 AI 기술을 배우려는 중년들이 그곳에 있었다. 누구는 퇴직 3년 차였고, 누구는 어제 마지막 월급을 받았다. 누구도 특별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특별해 보였다.

그들은 일하고 싶었다. 자리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연결되려는 마음이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감각, 그것이 한 사람을 얼마나 살아있게 만드는지. 우리는 알면서도 외면해왔다.

젊은 이들에게 양보하라는 말은 너무 쉽다. 그러나 그 양보가 구조적 절벽 위에 선 이에게 어떤 고통이 되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자리가, 그저 명예직이나 시간제로 한정된 현실 속에서 어떻게 공존을 논할 수 있을까.

[산업톺아보기] “정년 이후의 일, 누가 자리를 만드는가”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
킨텍스에서 열린 ‘5070 일자리 박람회’ 현장

경기도의 박람회는 묻는다. 자리를 뺏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자리를 어떻게 넓힐 수 있느냐고. 인구구조가 바뀌고, 기술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남아 있는 능력을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 공존은 제로섬이 아니다. 누군가의 퇴장이 누군가의 시작이어야만 하는 그 공식 자체를 우리는 이제 의심해야 한다.

정년이 끝이 아니라, 일의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변화다. 오래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향해 '왜 아직 안 나가느냐'고 묻기보다, '어떻게 계속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자리'의 유무보다 '가능성'의 부재가 더 큰 문제다. 산업은 변했고, 일의 수명도 바뀌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연차로 판단하고 있는가.
허은철 기자 기자 프로필
허은철 기자
echheo@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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