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대중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확충과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승용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의 강화가 효과적이며, 앞으로는 전기차 가격이 시장 확대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승용 전기차(BEV) 신규 보급대수와 보급 비율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에는 신규 보급대수가 10만 대를 넘겼으나, 2023년에는 11만 6천 대(보급 비율 7.8%)로 소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전체 전기차(승용, 승합, 화물, 특수 차량 포함) 신규 보급대수는 16만 3천 대로, 전체 신규 차량 보급의 9.3%를 차지했다.
지역별 차별적 보급 추세
국내 전기차 보급은 지역별로 차별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8년까지는 전기차 보급 정책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높은 보급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코로나19와 공급망 문제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후 2021년과 2022년에는 다시 급격히 증가해 2022년 역대 최대치인 12만 4천 대의 신규 보급을 달성했지만, 2023년에는 역성장을 보였다.
특히, 전북과 전남 지역은 2023년에도 높은 보급 증가율을 보인 반면, 대전은 보급 대수가 크게 감소했다. 또한, 광주와 울산은 과거 전기차 보급 증가를 주도했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2016년과 2021년 역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충전 인프라와 소득이 전기차 보급에 미치는 영향
전기차 보급 확대에 있어 충전 인프라의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충전 인프라가 1% 증가할 때, 승용 전기차 보급은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년도 전기차 등록대수 대비 충전기 수의 증가는 해당 지역의 전기차 보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역 내 1인당 소득과 경제활동 인구의 증가도 전기차 보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이 1% 증가하면 전기차 보급은 4%, 경제활동 인구가 1% 증가하면 보급이 3%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는 여전히 내연차보다 가격이 높아, 사치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소득 수준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 만족도와 전기차 보급 확대
전기차 보급에 있어 소비자 만족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차를 이미 사용 중인 소비자들이 향후 전기차를 재구매할 의사가 97%에 달하고, 전기차를 주변인들에게 추천할 의향도 73.3%로 조사됐다. 이러한 '이웃 효과'가 전기차 보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충전 서비스의 신뢰성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성능과 주행 거리 개선, 정비·수리 서비스 확대 등의 노력이 전기차 보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중화의 핵심: 가격 경쟁력 확보
향후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전기차와 내연차 간의 가격 차이를 줄이는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가격 프리미엄이 높다. 2023년 코나 EV 모델은 가솔린 모델에 비해 약 78%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내연차와의 가격 차이를 좁혀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중국, 독일, 프랑스 등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국가들은 전기차의 가격 프리미엄이 국내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2022년 기준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보다 14% 저렴했으며, 독일, 프랑스, 영국도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 대비 각각 14%, 39%, 44% 높게 형성돼 있어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였다.
따라서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과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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