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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키우면 손해?… ‘규제·노동 족쇄’에 GDP 111조 날아갔다

상의 SGI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와 노동 경직성이 저성장 주범”

기업이 성장해 고용을 늘릴수록 혜택은 끊기고 규제와 조세 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국 특유의 ‘성장 페널티’가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 규모별 규제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이 100조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됐다.

덩치 키우면 손해?… ‘규제·노동 족쇄’에 GDP 111조 날아갔다 - 산업종합저널 동향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20일 발표한 ‘한국 경제의 저성장 원인 진단과 기업생태계 혁신 방안’ 보고서를 통해 기업생태계 왜곡으로 발생하는 GDP 손실이 약 4.8%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25년 기준 111조 원 규모다.

규제 피하려 성장 멈춘 기업들… 경제 활력 ‘뚝’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이 50인, 300인 등 규제 장벽 앞에서 인위적으로 성장을 멈추거나 기업을 쪼개는 ‘안주 전략(Bunching)’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성장을 멈추면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의 채용 여력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소기업에 인력이 몰리게 된다. 여기에 노동시장의 경직성까지 더해져 한번 비효율적인 부문에 배치된 인력이 고착화(Lock-in)되면서 국가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와 한번 고용하면 조정이 어려운 노동 경직성이 결합돼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청구서로 돌아온 셈”이라고 꼬집었다.

5년 지나도 여전히 소기업… 끊어진 성장 사다리
규제의 역설은 기업들의 ‘피터팬 증후군’을 심화시켰다. 소기업이 5년 뒤에도 여전히 영세한 규모(10~49인)에 머무는 비율은 최근 60%에 육박했다. 1990년대 4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들의 성장 의지가 크게 꺾인 셈이다.

반면 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도약할 확률은 급감했다. 중규모 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2%대로 반 토막 났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0.05% 미만으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의 퇴출률마저 40% 밑으로 떨어지며 자원 배분의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있다.

생산성 낮은데 고용은 쏠려… “성장 유인책 필요”
한국 기업생태계는 선진국과 정반대인 기형적 구조로 변질됐다. 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4%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격차가 가장 크다. 하지만 정작 고용은 생산성이 낮은 소기업(10~49인)에 42.2%나 집중돼 있다. OECD 평균(22.7%)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SGI는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옥석을 가리는 ‘성장 아니면 탈락(Up-or-Out)’형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업력이 오래됐다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이나 고용 증가율 등 혁신 지표를 평가해 성과가 있는 기업에 지원을 몰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건은 현장에서의 속도감 있는 이행”이라며 “규제와 조세 제도의 과감한 재설계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인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은철 기자 기자 프로필
허은철 기자
echheo@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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