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일 현지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방열소재 기술담당 임원으로 재직했던 A씨(’64년생). 2016년 퇴직 후 국내로 돌아온 그는 대전에 위치한 공장을 인수한 뒤 전기자동차 방열소재 제조기업인 Y사를 창업했다. A씨의 20년 간 쌓은 방열소재 엔지니어링 경험과 납품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Y기업은 연평균 30%씩 성장했으며, 올해는 매출 2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씨는 비수도권에서 창업한 이유에 대해 “산업단지 내 유휴 부지를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퇴 창업자에 대한 재정 지원 프로그램이 없어 창업과정에서 어려움이 컸다”며 “공공 부문에서 창업에 나서는 시니어 퇴직자의 자금 조달을 지원해준다면 더 많은 창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층의 기술창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 내 시니어 기술창업을 유치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발표한 '베이비부머의 지역 내 고부가가치 창업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시니어층의 기술창업을 지역으로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 산업 생태계를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니어 기술창업 비중 증가... 고학력·전문성 활용
대한상의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국내 창업 활동을 분석한 결과, 40대 이상 시니어 기술창업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는 3.0%p, 50대는 3.8%p, 60세 이상은 2.5%p 증가했으며, 이는 20대의 0.9%p 증가와 비교해 높은 수치다.
기술창업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및 지식기반 서비스업을 포함하며, 요식업과 도소매업과 같은 생계형 창업과는 차별화된다. 기술창업 기업은 창업 기업 평균 대비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력이 높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창업의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력 높아
기술창업 기업의 평균 고용인원은 3.1명, 평균 매출액은 3.8억 원으로, 전체 창업 기업의 평균(고용 1.6명, 매출 2.4억 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기술창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니어 기술창업의 주요 증가 원인으로는 시니어층의 고학력화와 재직 중 축적된 기술·네트워크가 꼽힌다. 보고서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과거보다 높은 학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창업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고부가가치 창업의 중요한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중심의 기술창업, 비수도권과 격차 벌어져
기술창업은 전국적으로 증가했으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2016년 57.8%였던 수도권의 기술창업 비중은 2023년 61%로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은 42.2%에서 39%로 감소했다. 특히 경남, 경북, 부산, 대구 등의 지역에서는 기술창업 비중이 줄어들며 지역 격차가 심화됐다.
시니어 기술창업 활성화 위한 정책 지원 필요
대한상의는 시니어층의 기술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 지원 확대 ▲신용 제약 완화 ▲교육 서비스 강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들어 "일본과 독일은 지방 정부 차원에서 시니어 창업을 위한 자금 지원과 신용 보증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시니어층의 기술창업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니어층이 창업에 나서기 위해 직면하는 신용 제약을 완화하고, 경험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은 ‘Gründer 50+’ 프로그램을 통해 시니어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교육 및 창업 코칭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상의는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시니어층의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은퇴자들의 안정적인 삶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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