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스피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A교수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1년 전 이사회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에 찬성했는데, 최근 일부 손실 났다는 이유로 母회사인 지주회사의 소액주주들이 찬성한 이사들을 상대로 이중대표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회 발의된 법안은 이중대표소송 및 소수주주권 요건을 대폭 완화했는데, 입법될 경우 모회사 주식에 1억 3천만원만 투자하면 누구든지 단독으로 A기업 이사들을 대상으로 이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2. 최근 첨단기술기업 인수를 추진 중인 B그룹은 정부의 지주회사 장려 정책에 따라 10여년 전 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왜냐하면 최근 정부와 국회의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도입을 추진 중인데, 법안이 통과되면 20% 이상 주식 매수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잔여주식 전체를 최고가로 공개매수해야 해 M&A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손회사 지분을 최소 30% 이상 보유해야 하므로 M&A시 예외없이 의무공개매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대표소송 요건 완화+공정거래법 출자규제’ 구조(上와) 주주제안 입법례 비교(下)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지난 9일 '기업지배구조 규제강화 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했다. 대한상의는 이 의견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상법 개정안과 상장회사지배구조법 제정안 등 총 19개의 기업지배구조 규제강화 법안이 계류 중이며, 대한상의는 이 법안들이 지나치게 엄격해질 경우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 결합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파급력
대한상의는 규제 간 결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파급력을 지적했다. 특히, 이중대표소송 요건 완화로 인해 소액주주가 소송을 통해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모회사의 소액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이 크게 완화된다. 모회사 주식의 0.001%만 보유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는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출자규제가 의무공개매수제도와 결합될 경우 기업 인수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20% 이상의 주식을 매수할 경우 잔여 주식을 전부 최고가로 공개매수해야 하므로 M&A 비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88개 대기업집단 중 절반 이상이 지주회사 체제라는 점에서 이러한 법안은 국내 산업 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의는 또 다른 문제로 회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규제를 지적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되면,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 이사의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소수주주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 자본다수결 원칙이 훼손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수주주들이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어 대기업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상의는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회사법의 기본원리를 훼손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한상의는 또한 규제 강화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가 도입되면 주주총회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사회운동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현재도 주주와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수 있으며, 영미법계를 따르는 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주주총회에 전자시스템을 도입하는 병행 전자주주총회와 전자투표 의무화에 대해 기업의 자율적인 도입을 촉구했다. 특히 소규모 상장사의 경우 시스템 구축 비용이 부담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수주주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다 보면 대규모 투자나 M&A가 무산되는 등 기업 경영이 위태로워지는 '교각살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그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보다는 세제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우리 증시의 근본적인 매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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