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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슈퍼 을”? 반격은 됐지만, 주도는 아직 아니다

정부, 2026~30 소부장 전략 발표… 기술 독립 넘어 ‘기술 주권’으로 가는 길

[데스크칼럼] “슈퍼 을”? 반격은 됐지만, 주도는 아직 아니다 - 산업종합저널 정책
정부가 ‘슈퍼 을(乙)’을 앞세운 2026~2030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략을 발표했다.
15대 초격차 기술개발 프로젝트, AI 기반 신소재 개발, 특화단지 10곳 추가 지정, 그리고 수요-공급 협력모델의 고도화. 표면적으로는 과감하고 전면적인 ‘기술 주권 선언’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따라잡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메시지가 엿보인다.

“슈퍼 을”이라는 이름의 한계
정부는 이번 전략의 상징으로 ‘15대 슈퍼 을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 최초·최고 기술 확보를 목표로 각 프로젝트당 200억 원 이상을 장기 R&D에 투입한다.
현재 3개 과제가 착수됐고, 2030년까지 총 15개로 확대된다.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슈퍼 을”이라는 표현은 구조적 약자성을 스스로 인정한 언어다.
‘을’은 본래 공급망에서 주도권이 없는 위치다.
아무리 ‘슈퍼’를 붙인들, 여전히 기술, 자금, 시장 면에서 누군가에 의존하는 존재임을 전제한다.
이는 우리가 아직도 ‘기술 독립’이 아닌 ‘기술 추격’의 언어에 갇혀 있음을 상징한다.

전략은 맞다. 문제는 ‘누가 주도하느냐’다
내용만 보면 전략은 잘 짜여 있다.
AI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5대 AI 신소재 프로젝트), 1,500만 건 이상의 빅데이터를 공유하며, 특화단지(10곳 신규)로 협력 생태계를 조성한다.
시장 측면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 인도 반도체 프로젝트 같은 국가 간 산업 연계를 통한 수출 전략이 보이고, 내수는 공공기관의 선도 투자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모든 전략의 핵심은 ‘민간이 실질적으로 주도하는가’에 달려 있다.
정부가 마중물을 대는 것까진 좋지만, 그 물줄기를 이어갈 기술기업, 창업 생태계, 중소기업의 실행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하나의 보고서로 끝날 뿐이다.

기술 독립에서 기술 주권으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는 소부장 산업을 국가 의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그때는 생존을 위한 ‘기술 독립’이 화두였다.
이제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술 주권’을 쥐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 주권이란 단지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AI 신소재든, 전고체전지든, 우리가 만든 기술을 다른 나라가 써야만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
그게 ‘슈퍼 을’이 아닌, 진정한 선도국가의 자세다.

이름보다 중요한 것
이번 전략은 ‘슈퍼 을’이라는 다소 역설적이고 수동적인 이름으로 출발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이 이름을 뛰어넘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변화는 정부의 계획보다, 민간의 역동성에서 나온다.

진짜 기술 주권은 “을이 슈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을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벗어나는 데서 시작된다. <칼럼니스트_창작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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