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음료 시장이 10조원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팽창하는 가운데, 아동과 청소년의 과도한 당 섭취가 심각한 국가 보건 문제로 떠올랐다.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당 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설탕부담금 도입 논의가 제22대 국회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탄산음료 시장 10.6% 고속 성장… 당 과잉 섭취 적신호
국내 전체 음료류 시장 규모는 2019년 8조5,440억원에서 2022년 10조3,1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설탕 함유량이 높은 탄산음료 부문은 같은 기간 1조9,400억원에서 2조6,260억원으로 늘어나며 연평균 10.6%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액체 상태로 들이켜는 당분이 고체 식품보다 체내에 빠르게 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끌어올린다고 경고한다. 치솟은 혈당은 인슐린 저항성을 키워 비만과 당뇨를 비롯한 만성질환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인다.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에너지 섭취량 가운데 당 비중이 20%를 초과하는 과잉 섭취 비율이 1~9세 아동에서 26.7%, 10~18세 청소년에서 17.4%로 집계됐다. 전체 국민 평균치인 16.9%를 훌쩍 웃도는 위험한 수치다.
국회 관련 법안 2건 발의… 기금 활용처 놓고 시각차
위기감이 커지자 제22대 국회에는 국민건강증진기금 재원으로 가당음료부담금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안 2건이 올라왔다. 일반 조세로 거두는 방식이 아닌, 징수된 재원을 공익 목적에 한정해 쓰는 부담금 형태를 취하고 있다.
김선민 의원 발의안은 당 함량에 따라 2단계 누진 요율을 적용하고 징수액을 비만 예방과 공공의료사업에 쓰도록 명시했다. 반면 이수진 의원 발의안은 9단계로 구간을 세분화해 기존 법률상 용도로 활용하도록 규정했다.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330ml 콜라(당 함량 10.8g/100ml 기준)를 바탕으로 산출하면, 김선민 의원안은 약 99원, 이수진 의원안은 약 36원을 부과하게 돼 양측 격차가 약 2.7배에 달한다.
116개국 선제 도입 성과 뚜렷… 실효성·형평성 논쟁은 과제
전 세계 116개국은 국가 차원에서 소비세를 비롯한 과세 제도를 가동 중이다. 영국의 청량음료산업부담금(SDIL) 모델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제도 시행 후 과세 대상 음료의 설탕 함량이 평균 47% 줄었고, 고당 음료 중 65%가 스스로 성분 배합을 변경하는 결실을 보았다.
본격적인 제도 도입을 앞두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세 가지 핵심 쟁점을 제시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정책의 실효성 여부다. 세계보건기구는 소비 감소를 유도하려면 소매가격을 20% 이상 올려야 한다고 권고한다. 발의된 요율만으로는 소비자 행동 변화를 끌어내기 부족할 수 있으며, 인공감미료를 첨가한 대체 음료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도 경계해야 한다.
취약계층에 세금 부담이 집중되는 역진성 논란도 팽팽하게 맞선다. 다만 멕시코 사례를 보면 과세 후 저소득층의 구매 감소율이 17.4%로 중산층과 고소득층(5.5%)보다 3배 넘게 높았다. 가격 탄력성이 큰 취약계층의 소비가 더 많이 줄어들어 궁극적으로는 질병 예방과 의료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거시 경제를 자극할 물가 상승 압박 역시 주요 쟁점이다. 산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맞서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당 음료가 차지하는 가중치가 약 0.6%(2022년 기준)에 불과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은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와 기업의 행동 변화를 동시에 끌어내기 위해 당 함량에 비례하는 정교한 요율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아울러 올바른 식습관 교육과 대체당 가이드라인 마련과 같은 비가격 정책을 나란히 펼쳐야 제도의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