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시장의 소음이 절망 섞인 비명으로 바뀐다. 어제 주머니 속에서 묵직했던 리알화 지폐는 오늘 아침 종잇조각이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한 실정이다. 페르시아의 영광을 자부하며 중동의 패권자로 군림하던 이란 경제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지난 2월 28일 감행된 공습은 단순한 군사 시설 파괴를 넘어 이란의 생존줄인 에너지 인프라를 무너뜨렸고, 이는 통화 가치 폭락과 살인적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민초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밀어넣는 중이다.
공습에 멈춘 정유 시설과 ‘검은 비’의 공포
미국과 이스라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이란의 경제적 심장부를 정조준해 마비시킨 실정이다. 에너지 정보 분석 기관 IIR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으로 원유 생산 설비 정제 능력이 하루 190만 배럴, 즉 전체의 15%가량 증발하며 에너지 부족 사태가 심각해졌다. Kpler 등 외신은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 시설 파괴가 외화 수급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테헤란 인근 석유 시설 타격으로 발생한 유독성 연기와 이른바 검은 비는 식수원까지 오염시켜 전례 없는 환경 재난을 일으키고 있으며, WHO는 일부 지역의 오염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권단체 HRANA는 3월 14일 기준 약 3,000명의 인명 피해가 집계됐다고 발표해 비극을 더한 실정이다.
72% 증발한 외환보유액과 뱅크런의 망령
금융 지표는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미 연준(US Federal Reserve)과 IMF 자료를 보면, 2018년 1,220억 달러에 달하던 외환보유액은 서방 제재가 누적돼 2025년 338억 달러로 무려 72%나 급감했다. 이란 중앙은행에 따르면 금년 1월 미국의 공습 우려가 가시화된 이후 리알화 가치는 전년 말 대비 74%나 폭락하며 금융 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통화 가치 하락은 곧바로 수입 물가 폭등으로 이어져 지난 2월 물가 상승률은 62%, 식료품 가격은 110%라는 비현실적인 수치를 기록했다고 IMF는 밝혔다. 도이치방크(Deutsche Bank)는 이란 은행의 70% 이상이 유동성 부족으로 자본적정성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라며 금융 위기의 심박성을 더한 실정이다.
협상 테이블의 트럼프와 결사항전의 모즈타바
내부의 혼란은 정권 안보까지 위협해 시위의 불길이 전국으로 번졌다. 이란와이어(Iranwire)는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인터넷을 차단해 하루 3,570만 달러에 달하는 추가적 경제 손실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은 극단적인 두 갈래 길에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협상 타결과 제재 완화가 현실화된다면 블룸버그(Bloomberg)가 제시한 저성장 기조에서 완만한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겠으나, 모즈타바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결사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만약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이란의 GDP가 10% 이상 추가 감소해 금융 시스템 전체가 파산하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은 단기적으로 외침이 강경파의 결집을 도와 체제 유지에 기여할지 모르나, 중산층의 분노와 내부 경쟁이 임계점에 달하면 정치적 불확실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풀이했다.
이란의 비극은 단순히 먼 나라의 전황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비명이 우리 집 앞 주유소 가격에 꽂히는 시대, 욕망과 패권이 쌓아 올린 이 복합 위기의 모래성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제, 페르시아 대지 위로 쏟아지는 검은 비가 언제쯤 멈출 수 있을지 세계는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 이 기사는 국제금융센터(KCIF)의 '이란 경제 동향 및 전망' 리포트와 주요 외신 및 국제기구의 데이터를 토대로, 본지의 시각을 담아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