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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물류·원료 병목 확산… 반복되는 '단기 처방' 한계

자동차·석화부터 운수업까지 연쇄 압박, 공급망 다변화·구조 개선 시급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길어지며 국내 산업계 전반에 공급망 압력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수출 물류부터 버스 운행 필수품, 석유화학 원료와 윤활유까지 연쇄적인 수급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류비 바우처, 수급 점검, 매점매석 단속 등 단기 대응에 나섰다.

특정 항로·원료 의존이 부른 연쇄 타격
외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산업계는 물류비 상승과 원료 수급 불안이라는 비슷한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다. 중동은 한국 전체 수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 품목 비중이 높아 충격 파급력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험으로 선사들이 항로를 조정하면서 중동행 해상운임이 급등하고 선복 확보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동 노선 축소 이후 기존 대비 1.5~2배 수준 운임 인상을 통보받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원료와 소모품 수급 불안도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는 석유화학 공정 전반에 투입되는 핵심 원료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화학·정유·전자·자동차 업종에 동시 충격을 줄 수 있다. 윤활유와 선박용 중유 역시 일부 산업 현장과 제주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여객 운수업계는 연료 밖에서 터진 소모품 리스크를 마주했다. 유가 급등 대응과 별개로 요소수, 타이어, 엔진오일 수급 불안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경기도는 버스 운송사업조합과 간담회를 열고 필수 품목 납기 지연이 물리적 운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검했다. 현장에서는 “연료비는 지원으로 버티더라도, 타이어·윤활유 같은 비연료 소모품이 막히면 차를 아예 굴릴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 피해 누적… 정부는 단기 자금 수혈
물류와 원료 병목 현상은 중소기업의 현금흐름 악화로 직결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수출지원센터에 접수된 중동 지정학적 위기 관련 중소기업 피해·애로 건수는 500건을 넘어섰다. 화장품 제조 A사는 중동 사태 이후 유화제 등 핵심 원료 공급이 중단되고, 화장품 용기 납기도 지연되면서 4~5월 생산 중단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소비재 수출기업은 유럽향 물량을 항공으로 보내 왔지만, 중동 노선 축소로 운임이 두 배 가까이 뛰어 해상운송 전환 시 납기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시·마케팅 차질도 잇따른다. 한 중소 장비업체는 유럽 전시회 이후 두바이 전시회로 장비를 이송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되면서 현지 창고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중동 경유 출장과 바이어 방한이 취소되며 영업 기회 상실을 호소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중동발 물류·원료 병목 확산… 반복되는 '단기 처방' 한계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중동전쟁 관련 업종별 석화제품 수급상황 점검회의 장면

정부는 대증요법 성격의 대응책을 우선 가동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소 부품사를 중심으로 물류비 바우처 185억원을 투입하고, 정책금융과 무역보험을 합쳐 28조원대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대출, 보증 우대를 제공할 계획이다. 나프타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고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규정을 시행해 수급 관리를 강화했고,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투입해 윤활유와 선박연료 재고·출고 정보를 확인하며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제재도 예고했다.

"조달 구조 다변화·복원력 확보 시급"
업계에서는 단기 자금 지원과 수급 점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위기 발생 때마다 바우처를 지급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공급망 취약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나프타를 비롯한 핵심 원료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평상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급을 모니터링하고, 대체 항로와 대체 조달원을 확보하는 복원력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동발 공급망 충격이 한국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취약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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