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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억 자원순환 지원금의 역설…“중국산 기계 배만 불리나”

재생원료 봉투 설비 교체 예산, 영세 국산 압출기 생태계 위협 ‘딜레마’

중동 전쟁 장기화로 나프타 가격이 요동치면서 국내 종량제 쓰레기봉투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원료인 폴리에틸렌(PE) 사재기 조짐까지 나타나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 플라스틱 전용 봉투 생산설비 교체에 138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하는 카드를 꺼냈다. 자원순환을 명분으로 풀린 예산이 저가 중국산 설비 도입을 더 부추겨 국내 기계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공장 지대를 훑고 있다.

벼랑 끝 내몰린 영세 압출기 생태계
국내 플라스틱 성형·압출 기계 산업은 이미 취약한 구조다. 전체 685개 성형기 제조업체 중 63.4%가 개인사업체로, 업체당 평균 영업이익은 1억6,760만 원에 그친다. 새로운 연구개발은커녕 기존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것도 빠듯한 수준이다.

138억 자원순환 지원금의 역설…“중국산 기계 배만 불리나” - 산업종합저널 부품
ⓒ산업종합저널 (AI 생성 이미지)

압출성형기 분야의 대중국 무역 적자 규모도 2021년 1,214만 달러에서 2023년 1,658만 달러로 확대됐다. 국내 시장은 정체 상태인데 수입은 늘어나면서, 빈자리를 저가 중국산 장비가 빠르게 채우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산업 공동화 경고
한국합성수지가공기계공업협동조합은 지난 13일 기후부에 제출한 정책 제안서에서 이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재생원료 사용 확대라는 정책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설비 교체 지원 기준이 ‘최저가’ 위주로 설계될 경우 국산 장비가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초기 도입 단가에서 중국산을 압도하기 어려운 탓이다.

조합은 국산 설비가 지원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되면 플라스틱 기계 산업의 공동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38억 원의 예산이 영세 제조업체의 회생 발판이 아니라 오히려 숨통을 죄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부는 재생원료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종량제봉투 수급 불안을 줄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설비 지원 사업에서 어떤 기술·효율 기준을 적용할지, 국산·수입산 장비를 어떻게 구분할지는 공개된 자료만 놓고 보면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국내 제조업 생태계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지, 수입 설비의 보급 창구로 흘러갈지는 앞으로 나올 세부 지침에 달린 셈이다.

국적을 전면에 내세운 직접 우대가 통상 마찰을 부를 우려가 있다면, 에너지 효율과 재생원료 처리 성능, 유지보수 체계 등에서 기술적 진입 장벽을 높이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고급 사양의 국산 압출·성형 라인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환경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국내 기계 산업의 뿌리를 동시에 흔드는 모순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플라스틱 설비 교체의 기준이 단순한 ‘비용 절감’에서 데이터와 성능에 기반한 고효율 설비 생태계 구축으로 옮겨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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