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재생에너지가 기후정책을 넘어 ‘자원안보 자산’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원유·가스 물량이 한 번 막히면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이 전 산업에 파고드는 구조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지 않는 한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자원안보를 “연료를 얼마나 들여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발전설비와 그에 들어가는 소재·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규정했다. 호르무즈발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태양광·풍력 설비 공급망과 국내 제조 기반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따라, 앞으로의 에너지·산업 리스크가 갈린다는 얘기다.
“연료”가 아니라 “설비·부품” 확보…자원안보의 축이 바뀌었다
화석연료 자원안보의 핵심이 석유·가스·석탄·우라늄 같은 연·원료의 지속적 조달이라면, 재생에너지 자원안보는 양상이 다르다. 태양광 모듈, 풍력터빈, 케이블과 타워, 하부구조물처럼 한 번 설치하면 20~30년 동안 쓰는 내구성 설비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화석연료는 공급이 흔들리면 곧바로 가격 쇼크와 실물경제 충격으로 나타나지만, 재생에너지는 설비·부품 조달 지연이 보급 차질과 제조기업 납기 지연, 장기 전력안보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짚었다. 공급망 대응 방식도 달라진다. 석유나 가스는 일정 수준 비축과 수입선 다변화로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태양광·풍력 설비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기종마다오후 4:20 2026-04-29 규격이 달라 ‘범용 비축’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핵심 광물과 청정에너지 제조 공급망의 국가 편중도 부담이다. 리튬·코발트·희토류 같은 광물과 태양광 셀·모듈, 풍력 너셀·타워·케이블 공급망 상당 부분이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어, 수입 다변화만으로는 리스크를 나누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30년 100GW 보급 목표…“보급 속도와 국내 산업 기반 간 괴리 커진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목표로 내세웠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약 41GW 수준임을 감안하면 6년 만에 두 배 넘게 늘려야 하는 공격적인 숫자다.
문제는 설비 보급 속도와 국내 제조 기반의 체력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느냐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풍력의 경우 2024년 말 기준 국산 풍력터빈 비중이 47.5%에 그치고, 앞으로 해상풍력이 본격 확대될수록 수입 설비 비중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도 셀·모듈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 보급은 늘어나는데 국내 가치사슬은 얇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고서는 “수입 설비를 활용하면 단기 보급 목표는 맞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조 기반 약화와 공급망 의존도 심화라는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자원안보를 전력안보와 산업안보가 결합된 의제로 보고, 국내 산업 육성을 자원안보 전략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태양광, RPS에서 ‘입찰+공공트랙’으로…가격·공급망 두 마리 토끼 노린다
태양광은 제도 설계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아래서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을 중심으로 보급이 이뤄지면서, 가격 변동성이 크고 저가 수입 모듈에 쏠리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평가다.
산업연구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입찰·장기계약 중심 보급체계 전환이 자원안보 측면에서도 타당하다고 본다. 동시에, 단일 입찰시장에서 ‘최저가 경쟁’만 앞세울 경우 국산 제품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태양광에도 공공주도형 별도 트랙을 두는 방안을 제안한다. 공공 트랙 안에서 일정 비율 이상 국산 기자재 활용을 유도해, 공급망 안정과 국내 투자 예측가능성을 함께 높이자는 취지다.
풍력, 가격보다 인허가·군 작전성·항만이 더 막힌다
풍력은 상황이 다르다. 보고서는 풍력의 병목이 가격보다 비가격 요인에 집중돼 있다고 짚는다. 군 작전성 평가 단계에서 다수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고, 전용 항만·설치선·유지보수 선박, 계통 인프라 부족이 프로젝트 실행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풍력의 경우 인허가, 군 작전성, 항만·계통 인프라 같은 비가격 장벽이 풀리지 않으면 국내에서 프로젝트를 설계·수주·제조·설치하는 전 과정이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며 “단가 논쟁 이전에 프로젝트 실행 기반을 안정시키는 것이 자원안보 차원에서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국산 써라”만으론 역효과…선택적·전략적 개입으로 조정해야
국산 기자재 사용을 늘리는 정책 역시 단순한 의무화로 가져가기는 어렵다. 보고서는 “국산 사용 비율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면 단기적으로 사업비와 발전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오히려 재생에너지 보급이 위축되거나 국내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신 시장 기능을 기본으로 두되, 선택과 집중을 전제한 전략적 개입을 주문한다. 입찰시장은 원칙적으로 가격·효율 경쟁에 맡기되, 태양광·풍력 모두에서 공공주도형 별도 트랙이나 핵심 품목 중심 지원처럼 범위를 한정한 정책 수단을 쓰자는 것이다. 나머지 영역에서는 시장 경쟁을 그대로 두어 단기 비용 효율성을 확보하고, 전략 분야에만 자원안보 관점에서 공공 개입을 허용하는 구조다.
결국 이번 분석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더 이상 “기후 목표를 맞추기 위한 전원 믹스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나프타·가스 수입 리스크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태양광·풍력을 어디서 어떤 설비로 얼마나 만들 것인지가 곧 자원안보와 산업 전략이 되는 시점에 들어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