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알루미늄과 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뛰어오르고 있다. 알루미늄 주물·주조업처럼 금속과 전기를 많이 쓰는 뿌리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한꺼번에 불어나고 있어, 납품대금 연동제가 비용 충격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이 (주)대동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는 등 현장 애로를 청취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30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농기계 중견기업 대동을 찾아 납품대금 연동제 운영 실태와 원자재 가격 급등 대응 상황을 살펴봤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이병권 중기부 제2차관이 참석해 알루미늄 가격 상승이 협력사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과 애로사항을 직접 들었다.
알루미늄 가격 3개월 새 36%↑… 전력 집약형 뿌리기업 ‘압박’
국제 알루미늄 가격은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4년 만의 최고 수준을 넘나들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중동 주요 제련소 가동 차질과 해상 물류 불안이 겹치면서 공급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납품대금 연동지원본부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물가협회 집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알루미늄괴 가격은 1월 톤당 450만 원 수준에서 4월 620만 원으로 뛰어 약 3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은 제련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표적인 전력 집약형 금속이라 유가와 전기요금이 동시에 오르면 가격 변동 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주물·도금 등 고온 공정을 사용하는 뿌리기업들은 “원재료와 전력비가 함께 치솟는 이중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대동, 알루미늄·유가 급등 속 납품단가 조정… 연동제 ‘상생 모델’로 부각
대동은 1947년 농기계 전문 업체로 출발해 2024년 기준 매출 1조4천억 원을 기록한 중견기업이다. 트랙터·콤바인 등 농기계 제품을 기반으로 70여 개국에 진출했고, 북미 트랙터 시장에서는 점유율 3위권에 올라 있다. 알루미늄과 철강을 비롯한 금속 소재를 많이 쓰는 만큼 원자재 가격 변화에 민감한 구조다.
이 회사는 중동발 원자재 가격 급등 이후 알루미늄을 주로 사용하는 협력업체 3곳을 대상으로 총 2,500만 원 규모의 납품단가 인상을 단행했다. 원재료비를 일부 나눠 부담해 수탁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2025년에는 19개 협력사와 135건의 납품대금 연동 약정을 맺어 중기부의 ‘납품대금 연동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부담이 커지자 연동제 대상 품목이 아닌 거래에도 단가 조정을 적용했다. 올해 1월 이후 연동 대상이 아닌 10개 협력사에 대해 약 6억 원 수준의 납품대금을 올려, 운반비에 포함된 유류비 등 에너지 경비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에너지 경비 연동제’를 민간에서 먼저 시범 적용한 셈이다.
이병권 제2차관은 대동 트랙터 생산라인을 둘러본 뒤 “원가 변동 폭이 큰 시기일수록 납품대금 연동제가 산업 전반으로 퍼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자재와 물류비 부담을 협력사와 나누는 상생 사례가 더 확산되도록 정책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력비까지 연동해야”… 12월 에너지 경비 연동제 앞두고 현장 요구 확산
뿌리업계는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전력·가스 요금 인상도 큰 부담으로 지목하고 있다. 전기로를 사용하는 제강·주물, 표면처리·도금업체 등은 전력 사용 비중이 높아 요금 조정 때마다 수익 구조가 크게 출렁인다. 일부 업계에선 “원재료 연동만으로는 비용 충격을 다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동 방문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수탁기업 대표들은 “알루미늄·구리 같은 원자재뿐 아니라 전기·가스 비용도 연동 대상에 포함돼야 실질적인 부담 완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연말 도입될 에너지 경비 연동제가 실제 계약서에 어떻게 반영될지, 표준 계약서 문구와 산정 방식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중기부는 올 12월 에너지 경비 연동제 도입을 목표로 제도 설계를 진행 중이다. 에너지 비용을 자발적으로 연동에 포함한 기업에 대해서는 납품대금 연동 우수기업 포상, 수·위탁거래 실태조사 면제, 동반성장지수 평가 우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제도가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표준 계약서 제공과 컨설팅 지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병권 차관은 “유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뿌리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무겁게 보고 있다”며 “에너지 경비 연동제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계약 체결과 단가 조정으로 이어지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