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신고 사업자가 연간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자영업자의 위험은 통계로도 뚜렷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소상공인 고용보험료를 최대 100%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자, 한편에서는 지원이 소상공인에 집중된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장 취약한 집단부터 안전망 안으로 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 8,282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자영업자 실업급여 수급자도 지난해 3,820명, 지급액 205억 2,600만 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속에서 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폐업 이후 생계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들의 폐업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자영업자 고용보험이다. 폐업 시 실업급여와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제도로, 중기부는 여기에 가입한 소상공인에게 고용보험료의 50~80%를 최대 5년간 지원하고 있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자 가입도 빠르게 늘었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자는 2017년 1만 7,500명에서 2025년 6만 1,632명으로 약 3.5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신규 가입자도 4,215명에서 2만 1,528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그동안 제도 밖에 머물렀던 자영업자들이 점차 사회보험 체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다.
지원 범위 역시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 중기부는 2018년부터 소상공인 고용보험료 지원사업을 운영해 왔고, 올해 충청남도가 새로 참여하면서 17개 광역시·도 모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보험료를 나눠 부담하는 구조가 갖춰졌다. 충청남도는 1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기준보수 등급별 보험료의 20~50%를 최대 5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지방비를 매칭하고 있는 강원도와 충남의 경우, 정부 지원(등급별 50~80%)에 지방정부 추가 지원까지 합하면 고용보험료 전액을 보전받는 경우도 가능해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실상 ‘보험료 부담 없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에 가까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정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올해 기가입자 2만 3,200명과 신규 가입자 1만 9,000명 등 총 4만 2,200명 지원을 목표로 잡았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어느 한쪽에만 신청한 소상공인을 정보 공유와 알림톡 연계를 통해 찾아내, 지원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논란의 초점은 이 같은 지원이 소상공인에 집중된 설계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고용보험에 이미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있는 임금근로자, 자영업자이지만 소상공인 범주 밖에 있는 사업자, 플랫폼 노동자·특수고용직 등 다른 취약 집단과의 균형 문제가 함께 제기된다. 지방 재정 여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보험료를 사실상 전액 지원받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중앙정부 몫만 받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역 간 체감 격차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 같은 지적은 형평성 측면에서 분명히 의미가 있다. 사회보험은 기본적으로 구성원이 함께 부담하고 위험을 나누는 구조를 지향하기 때문에, 특정 집단에만 상대적으로 큰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비쳐질 경우 다른 집단의 문제 제기는 자연스럽다. 특히 노동시장 변화로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취약 노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지원 대상을 소상공인에 한정한 설계는 더 넓은 논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정책의 방향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자영업자 고용보험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제도 설계라기보다 ‘가입률’에 있다. 폐업 시 실업급여와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음에도, 보험료 부담과 낮은 인지도 때문에 상당수 자영업자가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물러 왔다. 보험료를 50~80%, 일부 지역에서 100%까지 지원하는 방식은 바로 이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초기 확산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폐업 위험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영세 소상공인은 그동안 기존 고용보험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 집단이다. 임금근로자는 사업주와 함께 보험료를 부담하고 실업급여·직업훈련 지원을 받아 왔지만, 자영업자는 폐업과 동시에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이면서도 마땅한 소득 안전망이 없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업의 1차 목표가 폐업 위험에 가장 취약한 그룹에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 자체는 필요하고 정당화 가능한 측면이 크다.
다만 이 제도가 앞으로 더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 국한하지 않고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 새로운 형태의 취약 노동까지 어떤 방식으로 사회보험형 안전망 안에 포괄할지에 대한 중장기 방향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지역별 재정 여건 차이로 지원 수준이 과도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중앙과 지방 간 재정 분담과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도 중요하다. 폐업 이후 실업급여·직업훈련 지원이 재창업과 전직을 준비하는 디딤돌이 되도록, 자영업 구조조정 정책과의 연계도 함께 설계될 필요가 있다.
폐업 100만 명 시대에 나온 소상공인 고용보험료 지원 확대는 완결된 답이라기보다는, 가장 취약한 곳부터 사회보험의 우산을 펴 보려는 단계적 시도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지원 대상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은 결국 “누가 어디까지 공적 안전망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질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정교해질수록, 지금의 제도 역시 그 안에서 조정·보완될 여지가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