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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톺아보기] AI가 공장으로 들어간다… 정부, ‘제조AI 2030’ 청사진 공개

2030년까지 민관 20조원 투자해 부가가치 100조원 이상 창출 목표

[산업톺아보기] AI가 공장으로 들어간다… 정부, ‘제조AI 2030’ 청사진 공개 - 산업종합저널 FA
일러스트=AI 생성 이미지

정부가 인공지능을 앞세워 제조업 체질 전환에 나선다. 인구 감소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제조업의 성장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축적된 현장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새로운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관계부처는 29일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계기로 ‘대한민국 제조업 대전환의 길: 제조AI 2030 전략’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20조원을 투자하고, 제조AI를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 100조원 이상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략 수립에는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참여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제조TF 소속 민간 전문가 23명도 약 6개월간 논의에 함께했다. 제조기업과 AI 전문기업,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현장 수요와 기술 흐름을 반영해 과제를 발굴하고 세부 내용을 구체화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부가 주목한 것은 한국 제조업이 가진 축적의 힘이다. AI 기술 전반에서는 미국과 중국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주력 산업과 대·중소기업 가치사슬, 숙련 노동자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정부는 이 자산을 AI와 결합하는 제조AX를 통해 제조업 재도약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핵심 과제는 세 갈래다. 제조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활용하는 체계를 만들고, 제조업에 특화된 AI 두뇌를 개발하며,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지역 제조 현장에 AI를 확산하는 일이다. 공장에 AI 프로그램을 단순히 붙이는 수준을 넘어, AI가 제조 현장의 물리현상과 공정 흐름을 이해하고 장비와 로봇을 판단·제어하는 단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이다.

가장 먼저 추진되는 과제는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이다. 제조AI의 성능은 데이터의 질과 양에 좌우된다. 정부는 부처별로 흩어진 제조데이터를 연계하고, 기업 간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자산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국가 주도의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관리 시스템도 함께 갖춘다.

제조 현장의 암묵지도 데이터로 바꾼다. 은퇴를 앞둔 제조명장과 숙련 노동자가 가진 노하우를 수집해 AI 학습에 활용하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한다. 설비 이상을 소리와 진동으로 알아차리는 감각, 공정 순서를 몸으로 익힌 경험, 현장에서만 통하는 판단 기준을 데이터화해 제조AI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제조AX 데이터 라이브러리’에 집적된다. 정부는 표준화와 암호화, 비식별화 시스템을 설계해 안전한 데이터 활용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정 공정에 쓰이는 경량 AI모델부터 제조업 전반을 포괄하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한다.

두 번째 축은 제조업에 특화된 AI모델이다. 정부는 제조데이터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을 활용해 제조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제조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다. 물리법칙 기반 AI모델, 제조공정 내 장비·로봇 연계, 물류·공급망 최적화 기술도 함께 추진한다. 제조업의 특성상 단순 예측보다 실제 공정과 장비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AI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제조AI 역량을 집약한 ‘풀스택 AI팩토리’도 육성한다. 풀스택 AI팩토리는 공장과 제품 설계, 검증과 시생산, 공장 운영, 유통과 물류까지 제조 전 과정을 AI가 제어·관리하는 지능형 공장이다. AI와 로봇이 협업해 자율 운영되는 공장을 수출 가능한 상품으로 키운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제조 특화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한 핵심부품 개발과 실증 사업도 확대된다.

세 번째 축은 지역 확산이다. 정부는 제조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M.AX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국내 제조업 생산과 수출의 3분의 2, 고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단지를 AI 산업단지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산단별 실증 테스트베드와 엣지컴퓨팅센터 등 공용 인프라도 구축한다. 안전사고가 잦은 위험 공정을 AI로 대체해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중소기업의 AI 전환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중소 제조기업은 전체 제조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이 AI 전환에서 뒤처지면 제조업 대전환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바탕으로 상생형 AI 스마트공장 사업을 고도화하고, 중소 제조 현장에 맞는 제조AX 방법론을 확산할 계획이다.

제조AI 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제조AX 인증’ 제도도 도입된다. 제조AI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석·박사 과정과 현장 재직자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AI 전문인력뿐 아니라 실제 공장에서 AI를 다루고 적용할 수 있는 현장형 인재를 함께 키우겠다는 취지다.

민간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생태계 조성도 병행된다. 정부는 펀드와 보증 등을 활용해 제조AX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투자와도 연계할 방침이다.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해 ‘산업디지털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과 ‘중소기업 스마트제조혁신법’ 개정도 추진한다.

관계부처는 제조AI가 단순한 자동화 고도화를 넘어, 제조 현장의 물리현상과 공정 흐름을 이해하는 기술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물리법칙 기반 AI모델, 월드모델, 장비·로봇 협업 플랫폼, 온디바이스 컴퓨팅, 전주기 보안기술 등 제조 피지컬AI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오래된 뼈대다. 그러나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설비를 더 깔고 인력을 더 투입하는 성장 공식은 한계에 가까워졌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공장 안에 쌓인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읽고, 숙련 노동자의 감각을 얼마나 AI로 전환하며, 그 기술을 지역 중소 제조 현장까지 얼마나 빠르게 퍼뜨리느냐에 달려 있다.

제조AI 2030 전략은 제조업 전환을 위한 방향과 청사진을 제시한 단계다. 성패는 현장에서 갈린다. 데이터 라이브러리가 실제 기업들이 믿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제조AI 모델이 공정 개선과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며, 산업단지가 AI 클러스터로 바뀔 때 비로소 제조업 대전환은 구호가 아닌 성과가 된다.
김보영 기자
cchby@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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