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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CCTV는 감시가 아니라 생명 지키는 눈”… AI 산업안전의 조건은 신뢰다

김영훈 장관 “안전은 인간에 대한 예의”… 스마트 안전기술 확산 속 노사 공동 예방체계가 핵심

산업안전의 언어가 바뀌고 있다. 사고가 난 뒤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일터의 죽음을 충분히 막기 어렵다. 위험은 회의실 보고서보다 현장 설비 사이에서 먼저 움직이고, 사고는 규정집의 문장보다 노동자의 몸에 먼저 닿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업안전보건의 달 기념사에서 “안전은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말한 대목은 그래서 가볍지 않다. 산업안전은 비용이나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선언에 가깝다.

[인사이트] “CCTV는 감시가 아니라 생명 지키는 눈”… AI 산업안전의 조건은 신뢰다 - 산업종합저널 FA
김영훈 노동부 장관

김 장관은 “중대재해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더라도 단 한 사람의 생명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고 했다. 산재 감축을 통계의 개선으로만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사고율은 숫자로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한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순간, 그 사고는 1건의 통계가 아니라 한 가정의 삶을 무너뜨리는 사건이 된다. 기업에는 사고율이지만 가족에게는 세계의 붕괴다. 산업안전이 숫자의 언어에만 갇히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 목숨 귀한 줄 아는 일터가 돼야 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현장은 오랫동안 생산성과 납기, 원가 절감의 압박 속에서 움직였다. 위험을 줄이는 일은 때로 비용으로 밀렸고, 작업을 멈추는 판단은 현장의 부담으로 남았다. 하지만 안전은 생산의 반대편에 놓인 장애물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야 생산도 지속된다. 안전을 미루고 얻은 효율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고가 난 뒤 멈춘 공장과 무너진 신뢰, 떠난 노동자를 생각하면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경영 인프라다.

김 장관이 “산재왕국이라는 오래된 오명은 결코 숙명이 아니다. 불가능은 없다.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은 산업계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메시지다. 산재를 산업 발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치르는 비용처럼 여겨온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떨어짐 사고 감축을 변화의 단초로 언급한 점은 의미가 있다. 추락은 한국 산업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대표적 재해 유형이다. 그러나 작은 사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떨어짐 사고를 막을지 집중하고, 안전대를 걸고, 차단 장치를 마련하고, 현장을 바꾸면 사고는 줄어들 수 있다. 산재는 운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며, 구조를 바꾸면 결과도 달라진다.

AI와 스마트 안전기술은 이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CCTV 영상 분석 시스템, 스마트 안전검지기, 로봇, 안전관제 플랫폼, 추락사고 대응 에어백 같은 기술은 위험을 더 빨리 발견하고 노동자의 사각지대를 줄일 가능성을 갖고 있다. 사람이 놓치는 움직임을 카메라가 포착하고, 익숙해서 지나친 위험을 센서가 알릴 수 있다. 위험이 사고로 커지기 전에 멈출 수 있다면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은 사후 책임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간다.

문제는 기술이 곧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김 장관이 “CCTV가 감시용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 이익을 지키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확산시켜 나갈 때 산재는 줄여 나갈 수 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CCTV라도 노동자에게는 두 가지 얼굴로 다가온다. 하나는 생명을 지키는 눈이다. 위험한 접근, 쓰러짐, 끼임 가능성을 먼저 발견해 작업을 멈추게 하는 장치다. 다른 하나는 노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눈이다. 작업 속도와 동선을 추적하고,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AI 산업안전의 성패는 바로 이 갈림길에 있다. 기술의 정확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해 쓰이는지, 수집된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위험 신호가 노동자 처벌이 아니라 사고 예방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노사가 위험 정보를 함께 보고, 문제를 말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감지된 위험이 즉각 개선으로 연결될 때 CCTV와 AI는 감시 장비가 아니라 공동 예방 시스템이 된다.

이 지점에서 산업안전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의 문제가 된다. 안전장비를 설치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위험을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현장의 노동자가 “이 작업은 위험하다”고 말했을 때 작업이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관리자가 생산 차질보다 생명을 먼저 판단해야 한다. 경영진이 안전을 구호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위험 신호를 무시하는 조직에서는 기술도 장식품에 그친다.

현장은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끼임사고를 막기 위한 자동 센서와 인터록, 고소작업자를 붙잡는 생명줄, 중소사업장의 공정별 위험요인 진단, 노동자의 건강지표와 직무 스트레스 관리까지 예방의 방식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안전을 문서에 남겨두지 않고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산재 예방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는 장치와 매일 반복되는 실천에서 출발한다.

앞으로 산업현장의 안전 경쟁력은 설비 투자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기업이 더 많은 카메라와 센서를 달았는가보다, 그 장비를 어떤 원칙으로 운영하는가가 중요해진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은 많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데이터를 생명을 살리는 판단으로 연결하는 기업은 따로 있을 것이다. 산업안전의 디지털 전환은 장비 도입 경쟁이 아니라 신뢰 구축 경쟁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7월 산업안전보건의 달을 맞아 AI 안전보건박람회와 안전보건 세미나, 우수사례 발표대회 등을 통해 첨단 안전기술과 현장 예방 사례를 공유한다. 박람회에는 300개 업체가 참여해 CCTV 영상 분석 시스템과 스마트 안전검지기 등 최신 안전기술을 선보인다. 중요한 것은 전시장의 기술이 실제 작업장으로 들어간 뒤다. 기술은 도입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신뢰 속에서 쓰일 때 비로소 안전이 된다.

김 장관의 기념사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안전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며, AI는 그 태도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 기술이 감시가 되는 순간 안전은 불신을 낳는다. 기술이 공동 예방의 언어가 되는 순간 안전은 문화가 된다. 산업현장이 가야 할 길은 후자다.

아침에 출근한 사람이 저녁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일은 특별한 복지가 아니다. 일터가 지켜야 할 가장 낮고 단단한 약속이다. AI 시대의 산업안전도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간다.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답은 현장에 있다.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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