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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업계, 제지사 가격 조정에 반발…“사전협의·산정 근거 필요”

과징금 감면 이후 가격 인상·할인율 축소 놓고 갈등…원가 변동·상생협약 이행 여부가 쟁점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한 중소 인쇄업계가 주요 제지사의 인쇄용지 가격 인상과 할인율 축소에 반발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인쇄업계는 최근 가격 조정이 영세 인쇄업체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철회와 사전 협의, 투명한 가격 산정 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인쇄업계, 제지사 가격 조정에 반발…“사전협의·산정 근거 필요” - 산업종합저널 부품
일러스트 = 산업종합저널 (AI 생성이미지)

인쇄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지난 7월 1일부터 인스퍼 브랜드 5개 품목의 할인율을 5% 조정했고, 무림페이퍼는 7월 27일부터 네오·뷰티팩 품목의 할인율을 3% 축소했다. 무림에스피는 8월 1일부터 네오 CCP 전 제품군의 기준가격을 4% 인상했으며, 한국제지도 같은 날 라벨솔루션과 도화용지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톤당 10만~20만원 올리고 고시가격을 4% 인상했다.

인쇄업계는 이 같은 가격 조정이 지난 5월 체결된 상생협약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형 제지사와 거래하는 중소 인쇄업체의 경우 원지 가격이 오르더라도 기존 납품단가에 이를 즉시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 악화와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갈등은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쇄용지 제조·판매업체들의 가격 담합을 제재한 이후 불거졌다. 공정위는 지난 4월 한솔제지와 무림 계열사, 한국제지 등 6개사가 약 3년 10개월 동안 인쇄용지 기준가격 인상과 할인율 축소 등을 합의·실행했다고 보고 총 3,3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인쇄업계는 이후 자진신고 감면제도 적용 등을 거쳐 최종 과징금 규모가 1,441억원 수준으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가격 조정이 과징금 감면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돼야 할 사안이다.

인쇄업계가 요구하는 핵심은 가격 인상 자체보다 조정 과정의 투명성에 가깝다. 가격을 바꾸기 전에 상생협의회를 통해 충분히 협의하고, 원가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산정 기준과 표준 할인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개별 제지사의 가격 조정 자체만으로 새로운 담합이나 상생협약 위반을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판단을 위해서는 각사의 원재료·에너지·물류비 등 비용 변동과 가격 산정 근거, 지난 5월 체결된 상생협약의 구체적인 협의 절차와 의무 범위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쟁점은 결국 거래 구조다. 제지사는 가격 조정의 필요성과 근거를 설명할 책임이 있고, 인쇄업체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는 협의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과거 담합 제재를 받은 시장인 만큼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 회복도 중요해졌다.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는 주요 제지사에 가격 조정 철회와 사전협의 절차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회신이 없거나 조치가 이어질 경우 제도적·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장선 한국인쇄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담합으로 인한 시장 왜곡의 부담이 중소 인쇄업계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며 “공정한 시장질서가 바로 서고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필요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갈등의 향방은 제지사들이 어떤 근거로 가격을 조정했는지, 상생협약상 사전협의 절차를 어떻게 이행했는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인쇄업계의 주장과 별개로 제지사 측의 공식 입장과 원가 변동 자료가 확인돼야 보다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보영 기자
cchby@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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