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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전기료 10% 낮추면 기업은 움직일까…메가프로젝트가 풀어야 할 ‘입지 방정식’

반도체·데이터센터 재직자 80명 탐색 설문…응답자 절반 “신규 투자 검토엔 30% 이상 격차 필요”

정부가 값싼 전력과 재생에너지를 앞세워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으로 끌어들이려 하지만, 기업의 투자지역은 전기요금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데이터센터 재직자 80명을 대상으로 한 탐색적 설문에서 전력 공급 안정성과 전기요금의 중요도는 높았지만, 수도권을 택한 결정적 이유로는 전문인력 확보와 고객·수요처 접근성이 더 많이 꼽혔다.

[인사이트] 전기료 10% 낮추면 기업은 움직일까…메가프로젝트가 풀어야 할 ‘입지 방정식’ - 산업종합저널 전기
자료 재구성 = 본지 (AI 활용)

한국전력은 지난달 26일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발전설비와 재생에너지 여건 등을 반영해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방안으로, 남부권은 수도권보다 kWh당 약 13~18원 낮아져 최대 10% 수준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도 전력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비수도권에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수요 산업을 배치해 지역 산업을 키우고 수도권 전력수요를 분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차이가 기업의 신규 투자나 증설 계획을 다시 검토하게 할 만큼 강한 신호가 될 수 있느냐다. 전력비는 중요한 변수지만, 기업의 투자 판단에는 전문인력 확보와 공급망, 고객 접근성, 용수, 인허가, 정주 환경 등이 함께 작용한다.

응답자 절반 “30% 이상 격차 필요”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반도체·데이터센터 재직자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탐색적 설문에서 비수도권 전기요금이 수도권보다 어느 정도 낮아져야 신규 입지나 증설 검토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물은 결과, ‘10% 미만이면 충분하다’는 응답은 8.8%에 그쳤다.

반면 응답자의 절반은 30% 이상의 요금 격차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요금만으로는 투자지역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12.5%였다.

다만 이 결과를 기업이 30% 이상의 요금 인하를 요구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조사 대상은 기업의 최종 투자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관련 업계 재직자 80명이며, 표본 규모도 제한적인 탐색 조사다.

다만 기존 산업집적지가 가진 인력·공급망·수요처 접근성 등의 이점을 고려할 때, 10% 안팎의 전기요금 차이만으로 신규 부지나 증설 지역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은 읽힌다. 전기요금은 투자 판단의 중요한 변수이지만, 인력과 공급망, 고객 접근성, 이전 비용 등을 압도하는 단일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

지역요금제의 유인 효과도 할인 폭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실제 지역 변경 가능성이 있는 신규·증설 프로젝트에 장기간 예측 가능한 가격 우위를 제공하는 방식이 기업 유치라는 정책 목적에 더 직접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은 필수조건, 선택은 인력·수요처
전력의 중요성 자체는 뚜렷했다. 입지 결정 요소 중요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전력 공급 안정성이 4.15점으로 가장 높았고, 전기요금 수준도 4.04점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에 자리 잡은 가장 결정적 이유를 묻자 결과는 달랐다. 전문인력 확보가 30.0%로 가장 높았고, 고객·수요처 접근성이 23.8%로 뒤를 이었다. 전력 공급 안정성을 꼽은 응답은 3.8%였다.

전력 여건이 기준에 못 미치면 후보지에서 탈락할 수 있지만, 최종 선택 단계에서는 전문인력과 산업생태계, 정주·교통 여건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인사이트] 전기료 10% 낮추면 기업은 움직일까…메가프로젝트가 풀어야 할 ‘입지 방정식’ - 산업종합저널 전기
자료 재구성 = 본지 (AI 활용)

비수도권 신규 사업장 조성이나 증설에 필요한 지원 조건을 1·2순위로 고르게 한 결과에서도 비가격 요인이 앞섰다. 임직원의 주거·교육·의료 등을 포함한 정주 인프라 확충이 가중점수 67점으로 가장 높았다. 인허가 패스트트랙이 51점, 광역 교통·통근 인프라가 37점, 계통 접속비용·접속용량 지원은 34점으로 집계됐다.

RE100 압력에도 생산지 선호는 10%
재생에너지 조달 수요 역시 생산지역 이전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았다. 응답자의 50.0%는 RE100과 공급망·고객사 요구 등에 따른 강한 재생에너지 조달 압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RE100이 투자지역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42.5%였다.

반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을 선호 입지로 꼽은 응답은 10.0%에 그쳤다. 응답자의 62.5%는 사업장을 옮기지 않더라도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나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 생산지역 이전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진단에 동의했다.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것과 생산지역에 들어가야 더 유리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발전량 확대만으로 기업 유치가 보장되지는 않으며, 장기 가격과 안정적인 조달 물량, 계약 조건, 계통 접속 등 해당 지역에 입지할 때만 얻을 수 있는 가격·조달·접속상의 우위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력 많은 지역’보다 ‘투자 가능한 부지’
메가프로젝트의 과제는 전력과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기업의 투자 판단 언어로 바꾸는 데 있다. 기업이 궁금한 것은 지역 전체의 발전량만이 아니다. 특정 부지에서 언제부터 얼마의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계통 접속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드는지가 먼저다.

용수 공급과 인허가 일정이 착공·가동 계획에 맞는지, 전문인력과 임직원을 위한 주거·교육·의료·교통 여건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도 투자 검토 단계에서 제시될 필요가 있다. 정주와 교통 인프라도 기업 유치 이후에 보완할 사안이 아니라 후보지를 비교하는 단계부터 확인돼야 한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투자 규모가 크고 장기간 운영되는 시설이다. 단기 요금 할인보다 예측 가능한 전력비와 공급 안정성, 구체적인 계통 접속 계획이 투자 판단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효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는 반도체·데이터센터 분야 재직자 80명을 대상으로 한 탐색적 설문이어서 업계 전체의 투자 판단을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전력과 재생에너지 여건만으로 최종 입지를 설명하기는 어렵고 인력 확보와 수요처 접근성, 정주 여건, 인허가, 계통 접속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함께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증설 계획이 있는 기업의 수요를 세밀하게 살피고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에 입지할 때 얻을 수 있는 가격·조달·접속상의 우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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