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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톺아보기] 1만2,995원, 월급이 되고 경계가 되는 숫자

최저임금보다 2,295원 높은 경기도 생활임금

월급은 들어오는 순간보다 빠져나갈 때 더 선명해진다.

월세가 먼저 자리를 잡고, 관리비와 공과금이 뒤따른다. 식비와 교통비, 통신비까지 지나고 나면 통장에 처음 찍혔던 숫자는 다른 모습이 된다. 얼마를 받았는지보다 얼마가 남았는지가 생활에는 더 오래 남는다.

[산업톺아보기] 1만2,995원, 월급이 되고 경계가 되는 숫자 - 산업종합저널 FA
자료=경기도 / 그래픽=산업종합저널 재구성·생성형 AI 활용

경기도의 생활임금 자료를 읽다가 1만2,995원이라는 숫자에서 눈이 멈췄다.

2027년 경기도 생활임금이다. 올해보다 443원 올랐다. 월 209시간을 일하면 271만5,955원이다.

처음에는 흔히 보는 임금 인상 숫자처럼 보였다. 3.5% 상승. 월급으로는 9만2,587원 증가.

그런데 최저임금과 나란히 놓자 숫자의 표정이 달라졌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1만700원이다. 월 209시간 기준 223만6,300원. 경기도 생활임금과의 차이는 시간당 2,295원, 한 달이면 47만9,655원이다.

시급표에서는 2,295원이었다. 월급으로 바꾸자 거의 48만원이 됐다.

한 달 식비로 볼 수도 있고, 주거비 일부로 계산할 수도 있다. 공과금과 통신비에 보탤 수도 있다. 쓰임은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어떤 임금 기준을 적용받느냐에 따라 한 달 소득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숫자 그대로 남는다.

생활임금이라는 이름도 그 지점에서 다시 읽혔다.

최저임금은 법이 정한 바닥이다. 그보다 적게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선이다. 생활임금은 주거비와 교육비, 문화비 같은 생활비를 고려해 그보다 높은 수준을 정한다.

경기도는 내년도 금액을 산정하면서 최저임금 수준과 인상률, 가계지출, 근로자 평균 임금상승률 등을 반영했다. 물가와 노동자의 생활안정, 재정 여건도 함께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최저선 위에 또 하나의 선을 그은 셈이다.

자료를 조금 더 내려 읽자 그 선이 누구에게 닿는지도 보였다.

1만2,995원이 모든 노동자의 시급은 아니다
생활임금은 경기도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괄 적용되지 않는다.

대상은 경기도 소속 노동자와 도 출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다. 경기도의 사무를 위탁받거나 도에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업체에 소속돼 도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노동자도 포함된다.

거주지가 경기도인지, 사업장이 경기도에 있는지만으로 결정되는 제도가 아니다. 누가 고용했는지, 어떤 계약을 통해 일을 수행하는지가 적용 범위를 가른다.

여기서 1만2,995원은 다시 다른 숫자가 된다.

[산업톺아보기] 1만2,995원, 월급이 되고 경계가 되는 숫자 - 산업종합저널 FA
일러스트=산업종합저널·생성형 AI 활용

어떤 노동자에게는 2027년 1월부터 실제 급여를 계산하는 기준이다. 반면 일반 민간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이 일괄 적용되지는 않는다.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이라는 이름은 넓게 들리지만, 제도는 지방정부가 직접 고용하거나 발주·위탁 관계를 맺고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생활의 필요가 달라서가 아니다. 제도가 닿는 고용관계가 다르다.

공공영역 밖에서는 참여 방식이 달라진다
경기도는 생활임금을 민간으로 확산하기 위해 ‘생활임금 서약제’를 운영하고 있다.

생활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서약기업에는 경기도 기업 인증과 일반용역 공공계약 참여 과정에서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공공영역에서는 생활임금이 실제 급여 기준으로 적용된다. 민간기업에는 동일한 시급을 법적으로 일괄 의무화하는 대신, 서약제 참여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동참을 유도한다.

같은 1만2,995원이라도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은 달라진다.

경기도는 2014년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하고 2015년부터 제도를 운영해 왔다. 10년 넘게 금액은 매년 달라졌지만 생활임금의 직접 적용 범위는 공공 고용과 공공업무에 연결된 계약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443원보다 오래 남는 숫자
자료의 첫 장에는 443원이 적혀 있었다.

올해보다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니 443원보다 2,295원이 먼저 보였다. 최저임금과 생활임금 사이의 거리다. 한 달로 바꾸면 47만9,655원이다.

그리고 그 숫자 옆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조건 하나가 붙어 있었다.

누가 고용했고, 어떤 계약을 통해 일을 하는가.

임금은 노동시간으로 계산된다. 그러나 어느 임금 기준을 적용받는지는 고용관계와 제도의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2027년 1월 1일. 경기도 생활임금은 시급 1만2,995원으로 바뀐다.

누군가에게는 그날부터 월급명세서에 들어가는 숫자다. 일반 민간사업장에서는 생활임금이 일괄적인 법정 기준이 아니다. 경기도는 생활임금 서약기업에 기업 인증과 일반용역 공공계약 참여 과정의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생활임금을 한참 들여다보고 나니 금액보다 그 숫자가 닿는 범위가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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