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9천 명. 2025년 한국에서 일한 외국인 취업자 수다. 10년 전보다 30만 명 늘었다. 제조업과 음식점, 농어촌의 일상은 이제 외국인력 없이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산업별 통계를 펼쳐보면 숫자와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는 전체 종사자 8명 가운데 1명가량이 외국인인 반면, 보건·사회복지와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의 외국인력 밀도는 1% 안팎에 머문다.
외국인력은 늘었지만 사람이 부족한 산업과 이들이 실제로 향하는 업종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남아 있다. 정책의 질문도 ‘몇 명을 더 들여올 것인가’에서 ‘어느 산업에 어떤 숙련의 인력을 연결하고 얼마나 오래 일하게 할 것인가’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산업별 인력 현황과 외국인 인력 수급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정책 방향 검토’ 브리프가 짚은 문제도 여기에 있다.
한국 산업이 외국인력에 기대야 하는 배경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국내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3천674만3천 명에서 2042년 2천808만9천 명으로 865만4천 명 줄어들 전망이다.
기업의 빈자리도 커졌다.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부족인원은 2015년 상반기 26만7천748명에서 2025년 상반기 32만4천214명으로 21.1% 증가했다. 부족률은 소폭 낮아졌지만 기업이 채우지 못한 인원의 절대 규모는 더 커졌다.
외국인 고용을 값싼 노동력을 찾는 문제로만 설명하기도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2022~2025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로 ‘내국인 구인 애로’를 꼽은 비율은 평균 89.2%였다. ‘인건비 절감’은 6.3%에 불과했다. 사람을 싸게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사람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 외국인력을 찾는 사업장이 훨씬 많았다는 의미다.
외국인력 83.8%, 5개 산업에 집중
문제는 외국인력이 향하는 곳이다. 2025년 외국인 취업자 가운데 제조업 종사자는 49만7천 명으로 전체의 44.8%를 차지했다. 숙박·음식점업 16만 명, 건설업 10만7천 명, 농림어업 10만 명, 도소매업 6만6천 명 순이었다. 상위 5개 산업에 전체의 83.8%가 몰렸다.
산업별 전체 종사자에서 외국인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추정한 ‘외국인력 밀도’에서도 쏠림은 뚜렷하다. 제조업은 2021년 10.1%에서 2025년 13.2%로 높아졌다. 숙박·음식점업도 11.0%에서 12.9%로 상승했다. 두 업종에서는 외국인이 종사자 8명 가운데 1명가량을 차지한다.
반대편에는 인력 공백은 커지는데 외국인 활용은 낮은 산업이 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부족인원은 2015년 1만8천919명에서 2025년 5만3천915명으로 185% 증가했다. 제조업 다음으로 부족인원이 많은 업종이 됐지만 외국인력 밀도는 0.9%에 그쳤다.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도 10년 동안 부족인원이 85.8% 늘었지만 외국인력 밀도는 0.9%였다. 정보통신업 역시 부족인원이 81.6% 증가한 데 비해 외국인 비중은 1.1%에 머물렀다.
외국인력의 절대 규모는 커졌지만 산업별 인력난의 변화와 유입 경로는 아직 충분히 맞물리지 않고 있다. 공장의 생산직과 농번기의 계절근로자, 요양시설의 돌봄인력, 연구소의 엔지니어는 필요한 자격과 기술, 언어 수준부터 다르다. 업종별 인력난의 성격이 달라진 만큼 공급 방식도 세분화해야 한다.
외국인력 정책의 빈칸, 숙련과 장기근속
채용난은 저숙련 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미충원 인원 가운데 고숙련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5.6%에서 2024년 22.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고숙련 미충원 인원은 80.1% 증가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도 각각 73.3%, 50.5% 늘었다.
외국인력의 구성도 바뀌고 있지만 산업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체 외국인 취업자와 별도로 체류자격을 기준으로 집계한 ‘취업자격 체류 외국인’ 가운데 전문·숙련인력 비중은 2015년 7.8%에서 2025년 18.1%로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81.9%는 단순기능인력이다.
비전문취업(E-9) 체류자는 34만4천403명으로 전체 취업자격 체류 외국인의 58%를 차지했다. 전문·숙련인력 유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기존의 단순기능 중심 공급구조를 바꿀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여기에 ‘시간’의 문제도 있다. 현행 제도 아래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E-9 근로자는 최초 3년과 연장 1년10개월을 합해 최장 4년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이후 계속고용을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출국·재입국이 요구될 수 있어 사업장에는 숙련 인력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농어촌 계절근로(E-8)는 최대 근로기간이 8개월인 단기순환 방식이다. 계절근로자는 2021년 383명에서 2025년 3만8천330명으로 늘었지만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장기고용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새 사람을 데려오는 일과 일을 아는 사람을 붙잡는 일은 다르다. 숙련된 노동자가 빠지면 기업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교육과 적응의 시간을 다시 치러야 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E-8에서 E-9, 다시 숙련기능인력(E-7-4)으로 이어지는 체류자격 전환 경로와 장기근속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필요한 사람을 매번 새로 데려오기보다 국내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근로자가 다음 단계로 이동할 사다리를 만들자는 취지다.
전문인력에는 다른 연결망이 필요하다. 국내 대학에서 공부한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어와 생활환경에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 인력이다.
연구원은 유학(D-2)-구직(D-10)-취업(E-7)-거주(F-2)로 이어지는 비자 연계 체계를 정비하고 정부의 정보 제공과 채용 매칭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에서 교육한 외국 인재를 취업과 정주로 연결하지 못하면 유학생 유치와 산업인력 확보 정책이 따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돌봄 분야는 더 복잡하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인력 부족이 빠르게 커진 산업 가운데 하나지만 외국인력 활용은 1%에도 못 미친다.
비자 문턱만 낮춘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외국인이 요양보호사로 일하려면 자격 취득과 한국어 능력, 현장 적응이 필요하고 서비스를 받는 고령자와 가족의 수용성도 중요하다. 임금과 장기체류 문제도 맞물린다. 연구원은 현행 요양보호사의 임금 수준으로는 거주(F-2) 자격의 소득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정주 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돌봄인력 정책은 ‘몇 명을 공급할 것인가’보다 서비스의 질과 지속성을 함께 봐야 한다. 언어·직업·문화 교육과 현장 관리, 근로환경 개선, 장기체류 경로가 함께 설계돼야 실제 고용과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체류 증가분 86%…입국에서 정착으로
정책 전환을 재촉하는 또 하나의 변화는 외국인의 체류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8만3천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장기체류자는 215만9천 명이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늘어난 체류 외국인 53만7천 명 가운데 45만9천 명, 약 86%가 장기체류 증가분이었다. 2015~2019년 약 42%였던 것과 비교하면 유입의 무게중심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인력이 오래 머문다면 정책도 입국과 취업허가에서 끝나기 어렵다. 일자리 뒤에는 체류자격과 가족, 교육, 주거, 지역사회 정착 문제가 따라온다.
현재 관련 기능은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흩어져 있다. 인력 도입과 비자, 직업훈련, 정착 지원을 산업별 수요에 맞춰 연결할 통합적인 거버넌스와 통계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원의 제안이다.
홍현진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원은 외국인 노동력이 부족한 일손을 일시적으로 보충하는 수단에서 인구감소 시대 산업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적자원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력 정책도 유입 규모보다 산업별 수요와 숙련 형성, 장기 정착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취업자 110만 명은 한국 산업의 빈자리가 모두 메워졌다는 뜻이 아니다.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업에는 외국인력이 집중됐지만 보건·사회복지와 전문기술 분야에서는 인력 공백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숙련을 쌓은 노동자는 체류기간의 벽을 만나고, 국내에서 교육받은 유학생은 취업과 정착 사이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외국인력 정책의 성적표는 입국자 수만으로 매기기 어렵다. 필요한 산업에 적합한 숙련을 연결했는지, 현장의 경험이 장기근속과 정주로 이어지는지, 기업과 지역이 필요한 사람을 계속 품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