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외부감사법에 상장사 “힘들다”, 열에 여덟 “시간·비용 부담 늘어”

‘주기적 지정감사’(40%), ‘표준감사시간 도입’(38%), ‘내부회계관리 감사’(17%) 순

#1. 의류 유통업 A사는 2020년 주기적 지정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감사보수가 전년 대비 80%나 증가했다. A사는 “정부가 최초 지정한 감사인이 과도한 감사보수를 요구해 재지정 요청을 했지만, 재지정 감사인도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요구해 실효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2. 경남 소재 제조업 B사는 주기적 지정감사로 서울 소재 감사인을 지정받았다. B사는 “감사보수가 올랐을 뿐만 아니라 현장방문 숙박비·교통비 등 감사받기 위한 제반비용까지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국내 상장사 열에 여덟은 외부감사 비용과 시간에 부담을 느낀다. 新외부감사법에 따라 표준감사시간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도입돼 감사시간이 크게 증가한데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로 기업의 협상력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 2018년말 시행한 新외부감사법은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주기적으로 감사법인을 지정하고 자산규모·업종 등에 따라 적정 감사시간을 적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새로운 외부감사법에 상장사 “힘들다”, 열에 여덟 “시간·비용 부담 늘어” - 산업종합저널 동향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新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른 애로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2020년도 감사보수가 전년대비 증가한 상장사는 전체의 83%나 된다. 79%의 상장사들이 감사시간도 늘었다고 응답해, 외부감사와 관련된 기업부담도 커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시행 첫 해인 2019년은 감사시간 및 비용 증가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지만, 2020년에도 증가추세가 지속돼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특히 인력 및 조직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보수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기업들은 ▲주기적 지정감사제(39.2%) ▲표준감사시간 도입(37.7%) ▲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17.0%)등을 꼽았다.

주기적 지정감사_감사보수↑재지정 요청 효과없어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상장사 등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율선임한 경우 다음 3년은 정부로부터 지정받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감사인을 선택할 권한이 없어, 협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49.2%가 ‘지정감사 관련 애로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애로로 기업들은 ‘자율수임 대비 높은 감사보수 요구’(74.6%)를 첫 손에 꼽았다. 이어 ‘신규 감사인의 회사특성 이해 부족’(60.3%) ‘불명확한 회계기준에 대한 해석차이로 과거 감사인-신규 감사인간 이견 발생’(44.4%) 순으로 답했다.<복수응답>

피감기업은 1회에 한해 증권선물위원회에 감사인 교체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재지정을 요청한 32.8% 기업 중 ‘감사보수가 낮아졌다’는 응답은 23.8%에 불과했다. ‘감사보수가 비슷’(45.2%)하거나 ‘오히려 증가’(14.3%)한 경우도 있었다. <모름·무응답 16.7%>

정도진 중앙대학교 교수는 “현재 지정감사제는 기업에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감사인을 지정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기업들은 높은 감사비용을 감수하는 가운데 충분히 감사품질을 제고할 능력있는 감사인이 지정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표준감사시간 도입_감사시간↑ 기업 특성 반영 못한 채 경직적으로 제도 적용

#3. 울산 소재 제조업 C사는 2019년 표준감사시간 도입 후 2년만에 감사시간이 약 60% 증가했다. C사는 “우리는 자산규모가 크지만 단일 사업부로 사업구조가 단순하다”며 “규모와 업종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10여개 사업부서를 보유한 회사와 비슷한 감사시간을 적용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표준감사시간이란 감사인이 투입해야하는 적정 감사시간으로, 기업규모 및 업종, 상장여부 등에 따라 산출된다. 표준감사시간이 도입된 후 기업들에게 2020년 감사시간 증가율을 조사했더니 직전년도 대비 ‘10~50% 증가’(42.6%), ‘10%미만 증가(21.0%)’ 순으로 답했으며, ‘50% 이상 증가한 기업’도 9.9%로 나타났다. <‘증가하지 않음’ 21%, 무응답 5.6%>

감사시간 증가에 따라 감사보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 40.7% 기업이 ‘표준감사시간 관련 애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애로경험 기업 중 87.1%가 ‘감사보수 증가’를, 33.1%는 ‘과도한 감사시간 산정’을, 29.0%는 ‘거래량이나 거래구조의 복잡성과 무관한 감사시간 적용’ 등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밝혔다.<복수응답>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행 산정방식은 주로 자산규모나 업종 등에 따라 정해져, 거래량이나 거래구조 등 개별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보수 신고센터 활용 1% 불과…개별기업 사정에 맞춰 탄력 적용해야
금융위원회는 감사인이 과도하게 감사보수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감사보수 신고센터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감사보수 신고센터를 이용해본 기업은 응답기업의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해본 적 없음’ 97.7%, 무응답 1.0%>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센터에 대해 잘 모름’(28.9%), ‘신고해도 조정 효과가 미미할 것’(24.5%), ‘신고시 감사인으로부터 불이익 우려’(4.0%) 등이었다. <신고할 사항 없음 42.6%>

기업들은 신외감법을 개별기업의 특성과 내부 회계관리 시스템의 효율성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신외감법 개선과제로는 ‘표준감사시간 산정방식을 개선해 감사시간을 합리화’(61.6%), ‘회계투명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 한해 강화된 감사를 적용’(59.0%), ‘지정감사인의 과도한 요구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51.8%) 등이 차례로 제안됐다.<복수응답>

구체적으로는 ▲6년간 감사인을 자율선임했더라도 그동안 매년 감사 적정의견이면서 감리 지적도 없는 경우 지정감사 제외 ▲단순히 자회사의 개수로 감사시간을 가산하는 현행기준을 자회사별 중요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가산 ▲이미 연결기준 자산규모에 따라정해진 감사시간에 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 기업의 경우 감사시간을 다시 가산하는 중복가산 규정 삭제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송승혁 대한상의 조세정책팀장은 “회계 및 감사품질 제고라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주기적 지정감사나 표준감사시간 등은 해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며 “각 기업의 회계투명성이나 거래구조 등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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