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 기아, KG모빌리티, 르노, GM)가 3월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는 7개월째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대,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문제가 점차 해소됨에 따라 밀린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으며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신차 수요가 늘어났지만, 차량용 반도체가 없어 공급 물량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왜 일어났을까
2021년 초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완성차 업체와 차량용 반도체 업체 간의 수급 불일치가 원인이었다.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대폭 줄였고, 반도체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축소하고 모바일과 PC용 생산을 늘렸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당시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공급 예측이 빗나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빠르게 공급량을 늘리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해결이 쉽지 않았다.
높은 기술적 장벽, 다품종 소량생산, 낮은 수익성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거나 전기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각종 시스템을 제어하는 반도체다. 정보 저장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연산, 추론을 수행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평균 200~300개의 반도체가 탑재되고 있다. 전기차에는 약 1천 개, 자율주행차에는 약 2천 개 이상이 사용된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전체적인 수요가 늘고 있지만, 높은 기술적 장벽으로 인한 신규 개발의 어려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인한 낮은 수익성으로 만성적인 공급난이 발생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의 센서, 엔진, 제어장치 및 구동장치 등 핵심 부품에 사용된다. 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산업용 반도체나 컴퓨터 및 스마트폰 반도체보다 높은 수준의 안정성과 내구성이 필요하다.
또한, 제조공정에서부터 탑재되기 때문에 영하 40도에서 영상 70도의 온도에 견뎌야 하고, 7~8년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높은 품질이 요구되면서도 다른 용도의 반도체보다 단가는 낮다. 차량용 반도체 칩은 개당 평균 2~10달러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3~4천만 대에 탑재해야 한다. 수익성이 높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나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서는 진입할 이유가 없다.
수입에 의존하는 차량용 반도체, 언제든 위기 생길 수 있어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 중인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만난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들은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NXP, 르네사스, 인피니언 등 브랜드 이미지를 쌓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자동차에 맞춰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특성 때문에 타 파운드리에서의 대체 생산도 불가능하다.
최근 자동차에 다양한 기능이 적용되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복잡성과 전력 소모량이 증가하고, 탑재되는 반도체의 양도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려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재고를 두지 않고 수요에 맞춰 생산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공급량 부족으로도 연쇄적인 공급난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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