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리는 안 하려고 하죠. 건드려봐야 긁어 부스럼인데요.”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전기차 보급도 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울상을 짓는 곳이 있다. 바로 정비 분야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부품과 설계가 확연히 다르다. 정비를 하려면 전기차에 특화된 기술이 필요하지만, 국내 정비업체들은 아직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30일 기자와 만난 정비업체 사장 A씨는 “내연기관차 기술은 배워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지만, 전기‧통신 기술은 배워도 건드릴 수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전기차 늘수록 입지 좁아지는 동네 카센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다. 직관과 경험이 풍부한 기술자도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정비가 불가능하다.
그러면서도 구조는 단순하다. 부품 수가 반 이상 적고, 소프트웨어로 자동차를 점검할 수도 있다. 그만큼 정비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동네 카센터들은 전기차 정비에 전환에 소극적이다. 정비에 필요한 기술을 배워도 내연기관차에 준하는 매출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A씨는 “전기차 보급도 아직 많이 안 됐고, 부품도 간소하다”며 “정비 방법을 배워야 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배울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환이 빨라도 10년 정도는 내연기관차가 유지될 테니 그냥 ‘하다가 접겠다’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자신도) 전기차 정비 교육은 신청해 뒀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확산되면 정비 수요 1/3로 감소…대응책 마련 시급
전기차‧수소차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정비 산업의 뒷받침이 필수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내 미래차 정비 가능 업체는 대부분 자동차 제조사의 직영‧협력업체이며, 모든 수리가 가능한 업체는 170개에 불과해 불균형이 심하다.
수리 비용과 기간을 줄이고 싶은 소비자도, 전기차에 손을 댈 수 없는 정비 업계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4월 발표한 ‘자동차산업 인력현황 보고서(이하 보고서)’는 ‘전기차 전환 시 내연기관 부품 중심의 정비 수요가 현재의 30% 수준으로 감소해 정비업계의 존속과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정비업체의 70.3%가 기술, 시장 정보, 예산, 장비 부족으로 사업 전환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비업체 재직자의 전환교육 의무화 ▲직무 중심의 전문 인력 육성체계 확립 ▲미래차 정비 시설 확충 등 직접적 지원 ▲정비업체의 업종전환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다각적 대책 ▲정보 비대칭성 개선을 위한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비업계, “정부 미래차 산업정책 개선 절실”
정비 업계는 정부의 미래차 산업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강순근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CARPOS) 연합회장은 22일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민생 간담회’ 자리에서 “정비 사업은 미래차 대응과 동시에 내연기관에서도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지만, 현재 정부의 미래차 정책은 연구‧개발‧생산‧유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미래차 정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정비업계는 회의적이다. 교육 장소, 인원이 모두 제한적이고, 교육 과정도 현장 실무 중심이 아니어서다.강순근 회장은 “미래차 정비를 병행할 업소를 정부 지원으로 시범 운영하고, 미래차 정비 교육의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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