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한 개를 풀면 기업당 평균 14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매출은 19억 원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메가 샌드박스’ 도입과 선제적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가 발표한 ‘새로운 성장 시리즈(1): 통계로 보는 민간 규제 샌드박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규제샌드박스 특례 승인을 받은 518개 기업에서 총 6천900명의 고용과 9천800억 원의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승인기업당 평균 고용은 14명, 매출 증가는 19억 원에 달했다. 민간 투자유치 규모도 2천500억 원에 이르렀다.
규제샌드박스는 혁신 사업자에게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로, ‘혁신 실험실’로 불린다. 대한상의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과 협력해 2020년 51건을 시작으로 매년 지원 건수를 늘려왔으며, 올해 5월까지 누적 승인건수는 518건에 달한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비중이 72%로 가장 높았고, 대기업(16%), 중견기업(10%)이 뒤를 이었다. 승인 유형별로는 실증특례가 88%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임시허가(8%), 적극해석(4%)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집중도가 높아 서울(215건), 경기(146건), 인천(21건) 등 수도권 비중이 74%에 달했다.
부처별 승인 건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92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토교통부(102건), 보건복지부(66건), 산업통상자원부(55건), 농림축산식품부(41건), 행정안전부(27건), 개인정보보호위원회(25건) 순이었다. 식약처 승인 사례로는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공유주방,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이, 국토부는 도심형 스마트 보관 서비스, 캠핑카 대여 플랫폼이, 복지부는 공유미용실,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서비스 등이 있었다.
혁신 키워드: G.R.O.W.T.H.
규제샌드박스 승인 사업은 ▲기후·에너지(Green Energy) ▲로봇·AI(Robotics & AI) ▲정보통신(Open Data & ICT) ▲헬스케어(Wellness & Healthcare) ▲공유경제(Together Economy) ▲반려동물(Human-Animal Bond) 등 6대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기후·에너지 분야는 수전해설비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소규모 태양광 전력거래 플랫폼, 가축분뇨 기반 바이오차(BioChar) 개발 사례가 있다. 로봇·AI 분야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AI 승강기 모니터링 시스템, 도심 시설물 점검용 드론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자동차 SW 무선 업데이트, 주거정비총회 전자의결 서비스가 포함됐다. 헬스케어 분야는 재외국민 비대면진료,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서비스가 꼽혔으며, 공유경제 분야에서는 공유미용실, 공유주방, 공유차량, 공유캠핑카 등이 주목받았다. 반려동물 분야는 동반출입 음식점, 생체인식 기반 동물등록,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서비스 등이 선정됐다.
대한상의는 더 큰 혁신을 위해 지자체 단위의 ‘메가 샌드박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기업 단위 규제샌드박스의 한계를 넘고, 수도권 집중 현상도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 미래산업과 기술을 지정해 규제 완화, AI·교육·인력·R&D 등 인프라를 통합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한 실험을 마친 샌드박스 과제는 법령 정비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승인 518건 중 법령 정비가 이뤄진 것은 117건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실증기간 중이라도 안전성이 입증되면 선제적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유주방, 자율주행로봇,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자동차 SW 무선업데이트 등은 이미 법령 정비를 거쳐 정식 사업화가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공무원의 적극행정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와 면책 제도 마련도 과제로 제시됐다.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 이종명 본부장은 “혁신 실험을 토대로 샌드박스 범위를 넓혀 규제를 합리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으로 이어지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0년 5월 출범한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는 국내 유일의 민간 규제샌드박스 지원기관으로, 1:1 맞춤 컨설팅을 통해 규제특례 승인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통합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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