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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톺아보기] 멈출 수 없는 기계, 멈추는 건 사람

생산라인의 쉼표, 그 자리에 선 사람들

※ 본 기사는 2024년 고용노동부 및 산업안전 유관 기관의 공식 통계와 실제 사고 사례, 산업안전 대책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생산라인의 쉼표, 그 자리에 선 사람들: 멈출 수 없는 기계, 멈추는 건 사람’이라는 주제로 각색했으며, 모든 수치와 사실은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돼 기사 신뢰성을 확보했습니다.

새벽 5시, 금속이 울리는 묵직한 소리 속에 공장은 이미 하루를 시작한다. 기계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바닥을 타고 번지는 진동 속에서 노동자들의 손은 멈추지 않는다. 동네가 아직 잠든 시간, 생산라인의 리듬은 더 빨라진다.
[산업 톺아보기] 멈출 수 없는 기계, 멈추는 건 사람 - 산업종합저널 기계

김모(54)씨는 15년째 같은 자리에서 컨베이어 앞을 지킨다. 바닥에 그어진 노란 선을 넘지 않는 것이 무사고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노란 선은 점점 의미를 잃어간다. 기계의 속도가 곧 현장의 리듬을 결정하고, 단 한 번 비틀려도 작업은 순식간에 멈춘다.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산업재해 사망자 588명 가운데 끼임 사고로 숨진 이는 66명(11.2%)이다. 전년 동기 대비 22.2% 늘어난 수치다. 끼임·협착 사고는 전체 산업재해 사망 원인 중 3위이며, 절반 이상이 50인 미만 중소 제조업과 3차 하청 현장에서 발생한다.

김씨는 자신의 손가락 관절이 휘어진 채 남아 있다고 말한다.
“안전벨트, 경고음 다 있어도, 리듬이 어긋나면 순식간이에요. 기계는 멈출 줄 모르죠. 결국 사람이 멈출 뿐입니다.”

현장 안전관리자 박모씨도 상황을 회상한다.
“비상정지 버튼, 안전펜스, 자동 센서가 규정상 설치돼 있지만, 낡아서 오작동이 많습니다. 설비 업그레이드가 늦어질수록 사고도 반복돼요.”

산업안전보건법은 모든 위험기계에 감시장치와 비상정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현장 점검에서 ‘설치 불량·작동 불량’ 지적 비율은 23.6%로, 위험설비 4대 중 1대 꼴이었다.

실제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2024년 2월 정읍의 한 사료공장에서는 파쇄기 내부 청소 중 기계가 작동해 40대 노동자가 숨졌다. 인천 폐수처리장에서는 안전장치가 풀린 크레인이 작업자를 덮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따라 대한산업안전협회와 고용노동부는 2024년 ‘사고성 중대재해 특별 감소대책’을 내놓았다. 반복 사고가 많은 사업장을 집중 감독하고, 스마트 감지시스템(CCTV+AI)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현재 110여 개 사업장에서 AI 감시 시스템이 적용 중이며, 2026년까지 30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산업 톺아보기] 멈출 수 없는 기계, 멈추는 건 사람 - 산업종합저널 기계

그러나 현장에선 여전히 생산 압박이 안전보다 우선한다. 김씨는 올해만 세 번 비상정지 버튼을 직접 눌렀다. 사고는 막았지만, 생산라인은 30분 이상 멈췄다. 한 관리자도 “실적 압박과 지연 위험 사이에서 안전조치가 흔들릴 때가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말까지 협착 사고를 20% 줄이겠다며 분기별 보고와 특별 점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산성과 비용을 우선해온 공장의 관성은 여전히 사람을 먼저 멈추게 하고 있다.

노란 선을 넘지 않는 것.
생산라인의 리듬을 몸으로 기억하는 일.
“기계는 멈출 줄 모르고, 사람만이 멈출 수 있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언제쯤 현장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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