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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성장, ‘나눠주기’에서 거점 전략으로

산업부, 광주서 5극3특 첫 포럼… “앵커기업·R&D·인재·정주를 한 덩어리로”

균형성장, ‘나눠주기’에서 거점 전략으로 - 산업종합저널 FA

균형발전은 수십 년간 반복된 과제지만, 시·도별로 산업 몇 개씩을 나눠 갖는 방식만으로는 수도권 집중과 비수도권 제조업 부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새로 꺼낸 ‘5극3특 성장엔진’도 유망 산업 이름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서, 앵커기업 투자와 연구개발, 인재·정주 인프라를 한 묶음으로 설계하는 초광역 프로젝트가 되어야 실질적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컨퍼런스홀에서 문신학 차관 주재로 ‘5극3특 성장엔진 전략포럼’을 열었다. 광주·전남 지방정부와 지역 앵커기업, 혁신기관 관계자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서남권을 시작으로 제주, 중부권, 대경권, 전북, 강원, 동남권 등 수도권을 뺀 각 권역을 돌며 성장엔진 후보 산업과 육성 방향을 논의하는 순회 포럼의 첫 자리다.

5극3특, “산업 이름 리스트 아니라 초광역 성장거점”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 성장엔진은 수도권을 제외한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권역을 각각 산업 성장거점으로 키워 다극 구조의 균형성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산업부는 지방정부와 협의해 권역별 성장엔진을 정한 뒤, 재정·세제·금융·인력·기술·인프라·규제특례를 묶은 ‘7종 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앵커기업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공개된 산업연구원(KIET)의 「5극3특 체제의 지역산업전략에 대한 제언」 보고서는 기존 지역산업정책의 한계를 짚었다. 그동안 각 시·도가 3~5개 주력산업을 선정해 클러스터 조성, 특구 지정, 투자촉진 지원을 해 왔지만,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비수도권 주력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와 수도권 집중, 정책자원의 분산 속에서 강력한 성장거점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기업 연구개발비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역의 산업혁신과 인재 정착 기반도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송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5극3특 전략이 시·도별 사업 목록 나열에 그치지 않으려면, 앵커기업 투자와 배후산업공간, 거점도시의 혁신 기능, 대학·연구기관, 인재 양성, 규제·금융·재정 지원을 엮어 초광역 성장엔진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에서 첫 논의… “자동차 생태계, 정책·재정 지원 필요”
광주 포럼에서는 지방정부가 제출한 ‘성장엔진 수요 산업’을 놓고 산업연구원 전문가가 권역별 여건과 투자 계획, 미래 성장 가능성, 국가 산업전략과의 정합성을 점검했다. 광주연구원은 서남권의 산업 현황과 육성 방향을 제시하며, 기존 제조업과 신산업을 함께 고려한 중장기 전략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광주·전남 성장엔진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현장 의견이 오갔다. 기아자동차 김희삼 상무는 “광주공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를 5극3특 성장엔진과 연계해 서남권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싶다”며 “부품사 경쟁력 제고와 전동화 전환을 뒷받침할 정책·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문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은 “권역별 성장엔진이 실질적인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지려면 중앙·지방정부 간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액보다 구조 전환 효과”… 성과 지표도 바꿔야
산업연구원은 5극3특 전략의 성과 관리 방식도 손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순히 사업비 규모나 투자협약액, 유치 건수로 성과를 재는 것을 넘어, 부가가치 창출과 고임금 일자리 확대, 지역 R&D 투자, 연구소·본사 기능의 지방 이전, 지역기업 공급망 참여, 지역 인재 정착 등 산업구조 전환 효과를 중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엔진의 공간 전략에 대해서도 기존 공단 중심 접근에서 벗어난 그림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생산시설은 배후산업공간에 배치하더라도, 연구소·본사·기획·영업·창업·고급인력 정주 기능은 권역 중심도시와 연계하는 기능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광역권 내 혁신거점과 산업거점, 생활거점을 유기적으로 잇고, 60분 내 이동이 가능한 교통망과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노동시장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방정부 역할에 대해서는, 성장엔진을 시·도별 개별 사업 모음이 아니라 앵커기업의 신·증설 또는 이전 투자와 핵심 공급망 기업 유치, 지역 중견·중소기업 참여를 한데 묶은 초광역 프로젝트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거점 국립대와 지역 R&D, 산학융합지구, 각종 특구, 세제·규제 지원도 성장엔진 참여 기업의 기술·인력 수요와 지역 기여 조건에 맞춰 한 패키지로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산업지도 다극체제로… 투자 움직여야 전략이 된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개회사에서 “성장엔진 전략포럼은 대한민국 경제의 공간적 산업지도를 5극3특의 다극체제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각 권역이 스스로 자립하고 경쟁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권역별 논의를 거쳐 성장엔진 후보를 정리한 뒤, 재정·세제·금융·인력·기술·인프라·규제특례를 묶은 지원 패키지를 조속히 내놓을 계획이다.

결국 5극3특 전략의 성패는 권역별로 ‘어떤 산업 이름을 붙이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투자를 끌어내고 어떤 거점을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지방정부의 요구 산업, 앵커기업 투자, 대학·연구기관의 기능, 인재 정착 조건이 따로 움직인다면 새 전략도 또 하나의 지역산업 목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투자와 연구개발, 인력, 정주 인프라를 권역 단위에서 함께 설계할 수 있다면, 균형성장은 예산 배분을 넘어 실질적인 성장 전략에 가까워질 수 있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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