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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톺아보기] 경제 전시 상황, ‘버티기’ 너미의 전략은 있는가

산업통상부 중심의 단기 처방과 구조적 결단 사이의 간극

서울 한복판 주유소 가격표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숫자는 아직 폭등이라 부르기엔 이르지만, 묘하게 불안하다. 기름값은 언제나 가장 먼저 반응하고 가장 오래 남는다. 정부가 ‘경제 전시 상황’을 선언한 이유도 결국 해당 불안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당해 대응 패키지는 분명 단기 처방에 가깝다. 유류세 인하, 원전 가동 확대, 공급망 통제, 그리고 25조 원 규모의 추경까지 방향은 명확하다. 지금 당장 버티자는 것이다. 특히 경유 세율을 더 낮춘 선택에서는 정책의 우선순위가 여실히 드러난다. 물류와 제조가 흔들리면 경제는 순식간에 체력을 잃기 때문이다. 기초 체온을 유지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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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구성 및 AI 이미지 기획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믹스와 미래 비용의 함정
에너지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원전을 더 돌리고 석탄 규제를 풀어 전력 가격을 붙잡겠다는 산업통상부의 판단은 현실적이다. 다만 이 선택은 언제나 뒤를 남긴다. 당장의 전기요금은 잡을 수 있어도, 그 대가로 쌓이는 환경 부담과 에너지 구조 왜곡은 결국 미래의 비용으로 돌아온다.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장면이다. 공급망 대응은 한층 더 노골적이다. 요소수 사태를 겪은 기억이 여전히 정책의 배경에 깔려 있다. 특정 품목을 통제하고 사재기를 막는 조치는 분명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관리’에 가까운 대응일 뿐,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접근은 아니다. 위기를 통제하는 방식과 위기를 줄이는 방식은 엄연히 다르다.

금융 시장의 신호와 현실적 한계
금융 대응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읽힌다. 채권시장 안정과 외환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팬데믹 때처럼 시장을 강하게 떠받치는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일정 부분 시장의 변동을 감내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정책의 손을 조금은 거두고 있다는 인상인데, 이는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문제는 이 모든 조치가 ‘시간’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전황이 길어지지 않는다면 해당 처방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물가를 눌러주고 시장을 진정시키며 경제의 급격한 흔들림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전황이 길어지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류세 인하도, 공공요금 동결도 결국 재정이라는 연료를 태워 유지하는 정책이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버티는 쪽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쪽이 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와 구조적 전환
더 불편한 가정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공급이 실제로 끊기는 상황이다. 그때의 충격은 당해 정책 언어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에너지 가격이 고착화되고 성장률이 꺾이며 물가는 오르는, 오래된 단어가 다시 등장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이 국면에서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에너지 믹스를 다시 짜고 산업의 비용 구조를 손보고 공급망을 새로 연결해야 한다.

그래서 당해 ‘경제 전시 상황’ 선언은 절반만 맞는 표현처럼 보인다. 위기의 크기를 인식했다는 점에서는 적절하다. 그러나 대응의 깊이는 아직 전시 체제라 부르기엔 얕다. 지금은 총을 꺼내 들었지만, 전쟁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한 보급선과 전략은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당장의 충격을 막는 것과 동시에, 이 위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일. 정책의 선택이 전자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기엔 바깥 상황이 너무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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