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안도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준이 올해 말과 이후 금리 전망을 일제히 끌어올리면서다. 금리는 멈췄지만 인하 기대도 함께 멈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가 18일 발간한 국제금융속보에 따르면 연준은 이번 FOMC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겉으로는 동결이었다. 속뜻은 달랐다. 성명서에서는 완화적 뉘앙스의 표현을 지우고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전에는 금리 인하 논의에 쉽게 올라타지 않겠다는 메시지에 가까웠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실제 장면은 아닙니다.
시장의 시선을 붙든 것은 점도표였다. 워시 의장을 제외한 연준 위원 18명이 제시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3월 3.4%에서 3.8%로 높아졌다. 2027년 전망치는 3.1%에서 3.6%로, 2028년 전망치는 3.1%에서 3.4%로 각각 상향됐다. 장기 중립금리는 3.1%로 유지됐지만 실제 정책금리는 그보다 높은 곳에 더 오래 머물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전망요약에서도 같은 흐름이 드러났다. 연준은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을 2.4%에서 2.2%로 낮췄다. 반면 개인소비지출 물가 전망은 2.7%에서 3.6%로,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 전망은 2.7%에서 3.3%로 올렸다. 실업률 전망은 4.4%에서 4.3%로 낮췄다. 성장에는 약간의 냉기가 돌지만 물가는 여전히 뜨겁고 고용은 버틴다는 판단이다. 이런 조합에서는 금리 인하 명분이 약해진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 방식도 손보겠다고 밝혔다.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과 대차대조표, 경제 데이터 활용, 생산성과 고용·인공지능의 영향, 물가목표 체계 등을 다룰 5개 태스크포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포워드 가이던스도 현재 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금리 경로를 미리 암시하는 방식이 시장의 과도한 해석을 부르고 정책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이 발언은 연준이 앞으로 더 데이터 의존적인 태도로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장이 원하는 명확한 인하 시간표를 주기보다 물가와 고용 지표를 보며 매 회의마다 판단하겠다는 얘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편안한 신호가 아니다. 금리의 방향보다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FOMC 이후 미국 S&P500 지수는 1.21% 하락했다. 미 증시 변동성 지수인 VIX는 12% 넘게 뛰어 18.44를 기록했다. 달러지수는 0.83% 오른 100.36으로 반등했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bp 오른 4.49%로 마감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밀리자 달러는 강해졌고 채권 가격은 약해졌다.
중동전쟁 휴전으로 에너지 불확실성이 일부 누그러졌지만 시장의 긴장을 풀기에는 부족했다. 국제유가는 전쟁 충격에서 벗어나는 듯했지만 석유수출국기구 내부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태양광과 원자력 등 대체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흐름도 에너지 시장을 예전 질서로 되돌리기 어렵게 만든다. 휴전은 가격 급등을 막는 재료일 수는 있어도 물가 불안을 완전히 지우는 재료는 아니다.
문제는 2% 물가 목표로 돌아가는 길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식 목표는 여전히 2%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영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2021년 이후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3% 안팎의 물가가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3%대 물가가 굳어지면 3%대 중립금리 논의도 힘을 얻는다. 저물가와 저금리를 전제로 짜였던 금융시장의 문법이 바뀌는 셈이다.
한국 시장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뉴욕 1개월물 차액결제선도환율은 스왑포인트를 감안해 1,527.3원 수준에서 마감했다. 전일보다 0.92% 오른 수준이다. 한국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22bp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었지만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상승이 길어지면 원화 자산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경제에는 강달러와 고금리가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달러가 강해지면 수입물가 압력이 커진다. 미국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외국인 자금 흐름도 예민해진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설비투자 수요가 큰 상황에서 높은 조달금리는 기업 투자에도 부담을 준다. 중동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경우 에너지 수입 비용까지 더해진다.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진다. 경기를 생각하면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금리와 달러가 높은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섣부른 완화는 환율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물가와 경기, 환율 사이에서 어느 하나만 보고 움직이기 어려운 국면이다. 재정정책 역시 통화정책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정교하게 짜야 한다.
이번 6월 FOMC의 핵심은 기준금리 동결이 아니다. 연준이 시장의 조기 인하 기대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중동전쟁 휴전에도 에너지 질서는 흔들리고 있고, 2% 물가 시대로의 복귀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 경제가 마주한 환경도 달라졌다. 금리가 잠시 멈췄다는 사실보다 높은 금리가 왜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