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자가 취업 사교육에 쓰는 비용이 3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활용 능력과 직무 경험을 중시하는 채용 기조가 확산되는 가운데, 청년들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업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원하지만, 구직자는 그 문턱 앞에서 사교육과 자격증, 아르바이트를 오가며 버티는 모습이다.

좌측부터 김선희 연구·사업팀 팀장, 김현진 선임연구원, 안상진 부대표
재단법인 교육의봄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교육의봄 SPACE에서 ‘2025~2026 채용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14개 기관·기업이 실시한 채용 관련 설문조사와 보고서 35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다. 한국고용정보원,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국책·경제단체 조사뿐 아니라 사람인, 잡코리아, 인크루트, 원티드랩, 잡플래닛, 무하유, 에듀윌 등 민간 채용·HR테크·교육 기업의 자료도 포함됐다.
교육의봄은 흩어져 있던 채용 관련 조사를 한데 모아 최근 채용시장의 흐름을 아홉 가지 특징으로 정리했다.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취업 사교육비 부담이었다. 취업 사교육 연평균 비용은 2022년 227만원에서 2025년 455만원으로 늘었다. 3년 만에 228만원이 증가한 셈이다. 구직활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는 응답도 73.8%로 나타났다. 취업 준비가 단순한 시간 싸움을 넘어 비용 싸움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부담을 체계적으로 들여다보는 조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교육의봄에 따르면 분석 대상 14개 기관·기업 가운데 취업 사교육비를 다룬 곳은 1곳에 그쳤고, 국책 연구기관 차원의 조사는 없었다. 초·중·고 사교육비는 국가 차원에서 정례적으로 조사하지만, 취업 사교육비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의봄은 “정부 차원의 취업 사교육비 종합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I 확산도 채용시장 전반을 흔드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AI 역량이 기업 선호 인재상 1위로 나타났고 응답 비율은 69.2%였다. 채용담당자 업무에도 AI가 들어오고 있다. 두들린 조사에서는 채용담당자의 58.0%가 AI를 실무 도구로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AI는 이제 일부 직군의 전문기술이 아니라 구직자가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이자 기업이 사람을 선별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채용 기준은 직무 중심으로 더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직무중심 채용 강화’는 2025년 53.0%에서 2026년 72.2%로 상승하며 2년 연속 주요 흐름으로 확인됐다. 채용 평가 요소에서도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이 2025년 81.6%, 2026년 67.6%로 높게 나타났다. 원티드랩 조사에서도 기업의 82.4%가 직무 관련 경험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구직자의 준비 방식은 기업의 요구와 엇갈렸다. 캐치 조사에서 구직자들이 가장 집중하는 취업 준비는 자격증 취득으로 57.0%를 차지했다. 기업은 실제 직무 경험을 보는데, 청년들은 여전히 자격증을 쌓는 데 몰리고 있는 셈이다. 직무 경험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 구직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준비 방식이 제한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경력직 선호 역시 청년 구직자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기업의 경력 중심 채용 선호는 82.0%, 잡코리아 조사에서는 88.0%로 나타났다. 신입에게도 직무 경험을 요구하면서 실제 채용은 경력자를 선호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봄은 신입 구직자를 위한 직무 경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채용시장 자체는 지난해 위축 국면을 지나 올해 다소 회복 조짐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채용계획 있음’ 응답은 2025년 60.8%에서 2026년 66.6%로 올랐다.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같은 응답이 2025년 65.6%에서 2026년 73.4%로 상승했다. 다만 회복세가 곧바로 청년 체감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채용문이 조금 열리더라도 경력직 선호와 직무 경험 요구가 함께 강해지면 신입 구직자의 부담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 취업에 대한 인식도 일자리의 질과 맞물려 있었다. 캐치 조사에서는 ‘지방 기업 취업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63.0%였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신입 구직자의 63.4%가 좋은 일자리가 전제된다면 비수도권 취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지방 취업 기피가 단순한 지역 선호 문제가 아니라 임금, 성장 가능성, 근무 환경 등 일자리 조건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직장인의 퇴사와 이직 사유도 달라졌다. 원티드랩 조사에서는 주요 퇴사 사유로 보상 부족이 21.6%, 성장 기회 부족이 19.6%로 나타났다. 인크루트 조사에서는 직무 적합성 불일치가 58.9%로 1순위였다. 교육의봄은 2022~2024년 조사와 비교할 때 과거에는 연봉 불만족이나 상사·동료와의 갈등이 주요 퇴사 사유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직무 불일치와 성장 욕구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다. 2023년에는 성실성이나 적응력 같은 태도·성향 중심의 항목이 주목받았다면, 2025~2026년에는 전문성, 소통·협업, AI 역량이 핵심 인재상으로 떠올랐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는 직무 관련 인재상이 52.8%로 1순위였고, 원티드랩 조사에서도 6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직무 관련 인재상은 54.9%로 상위권에 올랐다.
교육의봄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취업 사교육비 국가 정례조사, AI 시대 청년 고용대책, 신입 구직자를 위한 직무 경험 확대, 지방 취업 여건 개선, 출신학교 차별과 사기업 블라인드 채용 현황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대안적 채용솔루션에 대한 조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번 분석은 서로 다른 기관과 기업이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와 보고서를 종합한 결과인 만큼, 조사 대상과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분산된 데이터를 한데 모아 채용시장의 방향을 읽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숫자들이 가리키는 흐름은 분명하다. 채용은 스펙보다 직무와 AI 역량을 더 따지고 있고, 기업은 경력자를 더 선호하며, 청년은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 채용시장이 바뀌는 속도만큼이나 그 부담을 떠안는 청년들의 숨도 가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