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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톺아보기] “반도체는 날아가는데 공장은 제자리”…수출 호황의 엇갈린 온도

제조업 생산 3.1% 감소에도 수출 70.9% 급증…대기업 성과가 내수로 번지는 통로는 여전히 좁아

반도체 공장의 출하장은 밤에도 환하다. 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주문이 밀려들면서 생산라인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대기업에는 사상 최대 실적과 성과급 소식이 이어진다. 그러나 공장 담장을 벗어나면 풍경은 달라진다. 협력업체는 여전히 원가와 자금 부담을 호소하고 가계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수출 기록과 체감경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서 있다.

[산업 톺아보기] “반도체는 날아가는데 공장은 제자리”…수출 호황의 엇갈린 온도 - 산업종합저널 전자
일러스트=AI 생성 이미지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NABO 경제동향 & 이슈’ 제142호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은 3.1%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이 1.3% 증가했지만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하락했다. 경제의 중심축인 제조업이 아직 힘을 되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수출은 홀로 다른 방향으로 달렸다. 6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0.9% 늘었고 무역수지는 361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반도체 수출은 올해 경제성장을 떠받칠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수출 성적표가 곧 체감경기는 아니다
반도체 호황은 과거 슈퍼사이클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기업 실적 개선이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과 기록적인 성과급 지급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공장 증설이 실제 발주로 연결되면 건설과 장비, 소재·부품 기업에도 일감이 돌아갈 수 있다. 성과급이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온기가 퍼지는 길은 여전히 좁다. 반도체와 정보기술 업종은 다른 제조업보다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가가치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작다. 성과급도 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 근로자에게 집중된다. 주가가 올라도 일부 종목에 상승세가 쏠리고 변동성이 크면 소비를 자극하는 자산효과는 제한적이다.

물가와 환율은 체감경기를 더 무겁게 한다. 6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보다 3.2%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1541.5원까지 상승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3.79%를 기록했다. 수출기업에는 원화 약세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원료와 에너지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에는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담장 밖으로 흘러야 진짜 호황이다
반도체 호황을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바꾸려면 대기업 공장 안에서 만들어진 성과가 협력업체와 지역 산업으로 흘러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연구개발 지원과 산학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납품단가 현실화와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연결고리도 넓혀야 한다.

발표된 설비투자가 계획표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전력과 용수 같은 기반시설을 제때 공급하고 세제와 인허가 제도를 정비해야 투자가 장비 발주와 고용으로 이어진다. 그래야 반도체 한 업종의 질주가 제조업 전체의 회복으로 바뀐다.

반도체 공장의 불빛은 이미 밝다. 문제는 그 빛이 공장 담장을 넘고 있느냐다. 수출액이 아무리 높이 뛰어도 협력업체의 기계가 멈추고 가계의 지갑이 닫혀 있다면 호황은 숫자 속에만 존재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수출 기록이 아니다. 그 기록의 온기를 산업 현장 구석구석까지 보내는 통로다.

※ 이 기사는 국회예산정책처의 ‘NABO 경제동향 & 이슈’ 제142호를 토대로 본지의 시각을 담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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