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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반도체·배터리 국내생산에 세액공제…2026 세제개편 ‘산업 지원’ 방점

경제계 “글로벌 보조금 경쟁 대응” 환영…노동·시민사회는 선별 감세·재정 부담 우려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을 통해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부동산 과세 체계를 손질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자 경제계와 중소기업계는 투자와 생산을 끌어낼 지원책이라며 반겼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특정 산업과 기업에 혜택이 집중돼 조세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맞선다. 생산 단계 세제 지원과 지역 우대, 부동산 과세 조정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만큼 국회 심의에서는 성장 지원과 공정과세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인사이트] 반도체·배터리 국내생산에 세액공제…2026 세제개편 ‘산업 지원’ 방점 - 산업종합저널 전자
일러스트=AI 생성 이미지

투자 넘어 생산까지…전략산업에 ‘국내생산세액공제’
세제개편의 중심에는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이 있다. 기존 지원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단계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태양광·풍력, 핵심소재, AI 로봇부품 등 전략 품목의 국내 생산량에 비례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깎아준다. 기업이 국내에서 실제 생산을 늘릴수록 혜택을 주면서 공급망 안정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취지다.

지역별 차등 지원도 도입된다. 비수도권 생산에는 더 높은 계수를 적용해 수도권에 몰린 첨단산업 투자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구조조정 압박이 큰 석유화학 업종에는 사업 재편 과정에서 법인세 지원을 제공한다. 전략산업 육성과 산업 구조조정, 지역균형을 세제를 통해 함께 밀어붙이는 구조다.

경제계 “글로벌 보조금 경쟁 대응”…세부 요건 완화 주문
경제6단체는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을 환영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앞세워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생산 단계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내 생산과 고용을 유지하고 첨단산업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놨다.

관건은 실제 활용 가능성이다. 대상 품목과 기준공제액, 공제율, 적용 기간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제한될 수 있어서다. 일부 경제단체는 통합고용세액공제 축소도 문제 삼는다. 생산 확대에는 세제 혜택을 주면서 고용 지원은 줄이면 청년 채용과 일자리 확대라는 정책 목표가 엇갈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계 “성장 페널티 완화”…현장 활용성 강조
중소기업계도 큰 틀에서는 긍정적이다.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연구개발·투자세액공제율 상향과 벤처투자회사 등의 주식양도차익 비과세 상시화가 혁신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에 점감 구조를 도입한 점도 주목받는다. 기업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세제 혜택이 한꺼번에 끊기는 이른바 ‘성장 페널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설비 투자에 가속상각을 허용한 조치 역시 투자 부담 완화 수단으로 꼽힌다. 중소기업계는 입법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실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다듬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노동·시민사회 “전략산업 명분 아래 선택적 감세 우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다른 계산을 내놓는다. 국내생산세액공제와 국가전략기술 지원 확대가 특정 업종과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주는 선택적 감세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이 넓어질수록 과세 기반이 줄고 조세체계가 복잡해질 가능성도 문제로 꼽는다.

감세가 실제 생산 확대와 고용 증가로 이어질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세수 감소분이 커질 경우 재정 부담이 다른 계층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다. 가업상속공제 등 각종 특례가 더해지면 고소득층과 자산가에 유리한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 경쟁력이라는 명분만큼 지원 효과와 수혜 대상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요구다.

고가·비거주 주택 부담 강화…부동산 세제도 충돌
부동산 분야에서는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오래 보유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거주 여부와 자산 가치를 과세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방향이다.

고가 자산의 담세력에 맞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힘이 실린다. 반면 보유세 증가분이 임대료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임대주택 공급을 줄일 경우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대편에서는 고가·다주택 보유에 대한 과세가 약하면 자산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고 본다. 1주택 특례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범위를 얼마나 조정할지가 향후 논쟁의 핵심으로 꼽힌다.

학계 “정책 목표 늘수록 세제 복잡성 커져”
학계와 연구기관은 하나의 세제에 지나치게 많은 목표를 얹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성장과 공급망 안정, 지역균형, 부동산 시장 안정, 공정과세,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달성하려 하면 예외와 특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세 제도의 예측가능성도 쟁점이다. 기업과 가계가 장기적인 투자와 자산 운용을 결정하려면 세금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과 지역, 자산별로 공제 요건과 특례가 세분화될수록 제도 이해는 어려워진다. 납세자의 조세 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 재정학자들은 단기 현안에 대응해 혜택을 덧붙이는 방식보다 과세 기반을 넓히고 세율 구조를 단순화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제를 산업정책과 부동산정책의 보조 수단으로 계속 활용할 경우 조세 본연의 원칙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 셈법도 엇갈려…국회서 ‘혜택의 경계’ 공방
정치권의 반응도 갈린다. 보수 야당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종합부동산세 증가를 근거로 국민의 세부담을 키우는 방향이라고 비판한다. 진보 진영과 일부 시민단체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맞선다. 한쪽에서는 증세를 문제 삼고 다른 쪽에서는 감세와 특례 확대를 비판하는 구도다.

국회 심의에서는 세율 자체보다 혜택과 부담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지가 더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생산세액공제에서는 어느 품목까지 전략산업으로 볼지와 공제율·적용 기간이 핵심이다. 지역 정책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혜택 차이를 어느 수준으로 둬야 기업의 투자지역 선택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부동산에서는 초고가 주택의 기준과 실거주 1주택 특례 수준, 장기보유특별공제 조정 범위를 두고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세액공제로 줄어드는 세수와 보유세 강화로 늘어나는 세수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재정 논쟁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성장과 지역균형, 공정과세를 동시에 겨냥했지만 세제에 많은 역할을 맡길수록 혜택과 부담의 선은 복잡해진다.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감세를 넓히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과세 원칙만 앞세우면 국내 투자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 국회가 누구에게 세금을 더 깎아주고 더 걷을지를 넘어 그 차이를 어떤 원칙으로 설명하느냐가 최종안의 설득력을 가를 전망이다.
김보영 기자
cchby@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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