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의 문이 좀처럼 넓어지지 않고 있다. 기업은 사람을 뽑기 어렵다고 말하고, 청년은 들어갈 만한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같은 노동시장을 두고 기업과 구직자가 서로 다른 어려움을 말하는 사이 정부와 중견기업계가 해법 찾기에 나섰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7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초청해 정책 간담회를 열고 고용·노동 제도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업이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인력을 운용할 수 있어야 투자와 채용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기업의 애로를 살피겠다고 화답하면서도 청년 채용 확대와 세대 상생, 노동시장 격차 완화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중견기업계가 가장 먼저 꺼낸 문제는 청년 고용이다. 중견련은 청년 고용률이 26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하락했다며 현재의 고용 부진을 단순한 경기 지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식 중견련 회장은 “청년들의 비전과 보람의 회복은 삶의 터전으로서 ‘좋은’ 일자리를 갖는 데서 출발한다”며 기업 활력을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정책 환경을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견기업계가 제시한 처방의 중심에는 ‘유연성’이 있다. 이날 중견련은 세대 상생형 계속고용 기반 조성, 고용 유연성 제고,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제 유연화, 노동조합법 보완 입법 등을 포함한 10개 과제를 정부에 전달했다.
특히 AI 확산과 산업구조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도 이에 맞춰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종과 지역, 사업 특성에 따라 근로시간 제도를 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지를 넓혀달라는 요구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유가 분명하다. 기술 변화의 주기는 짧아지고 생산과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대응 속도가 곧 경쟁력이 되고 있다. 반면 제도가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사람을 더 뽑기보다 투자를 늦추거나 사업 자체를 보수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기업계의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유연성’이라는 말이 곧바로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시간과 임금체계가 기업 편의만을 중심으로 바뀐다면 청년 입장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낮은 보상, 불안정한 고용이 반복될 수 있다. 기업에 필요한 자율성과 청년이 원하는 안정성·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함께 묶을지가 정책의 핵심이 되는 이유다.
정부도 이 간극을 의식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견기업을 청년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의 중요한 기반으로 평가하며 기업의 애로를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안전하고 정당하게 보상받는 일터, 청년과 중장년을 위한 세대 상생 일자리,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는 산업 대전환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기 위한 일경험과 훈련, 중소·중견기업 취업·근속 지원을 확대하고 중장년층에는 재취업 지원과 계속고용 논의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무 변화와 고용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계속고용 역시 단순히 정년 숫자를 늘리는 문제만은 아니다. 숙련 인력을 더 오래 활용하면서도 청년 채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직무와 임금체계를 다시 설계하고 세대 간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 고령 근로자의 경험을 다음 세대로 넘기면서 청년에게도 성장할 자리를 만들어주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논의의 핵심은 규제를 풀 것이냐 지킬 것이냐의 이분법에 있지 않다.
기업에는 예측 가능한 제도와 인력 운용의 재량이 필요하다. 청년에게는 일한 만큼 보상받고 경력을 쌓으며 더 나은 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만 충족해서는 지속 가능한 고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중견기업계는 기업 활력과 자율성을 강조했고 정부는 채용 확대와 세대 상생, 노동시장 격차 완화를 내세웠다. 출발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목적지는 같다. 청년이 머물 만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일이다.
향후 관건은 기업의 자율성을 얼마나 넓힐 것인가보다 그 자율성이 실제 투자와 채용, 훈련과 보상으로 이어지도록 어떤 장치를 설계하느냐에 있다. 기업이 숨을 쉴 공간만 넓혀서는 부족하고, 청년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자리까지 함께 넓어져야 한다. 청년 일자리의 해법도 바로 그 접점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