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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알뜰주유소가 공정위 문을 두드린 이유…가격표 뒤 ‘원가’의 싸움

정유사 상표 주유소 장려금 지급 주장…같은 판매가라도 실제 마진은 달라질 수 있어

주유소 가격판에는 소비자가 내야 할 금액만 적힌다. 그 가격을 만들기 위해 사업자가 얼마에 기름을 들여왔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가 정유 4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이유도 이 보이지 않는 숫자에 있다.

협회는 정부의 석유류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 SK에너지와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가 자사 상표 주유소에는 리터당 수십 원의 장려금과 추가 지원을 제공하면서, 알뜰주유소에는 기존 정산방식을 유지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에게 보이는 판매가격보다 그 뒤에 있는 실질 매입원가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인사이트] 알뜰주유소가 공정위 문을 두드린 이유…가격표 뒤 ‘원가’의 싸움 - 산업종합저널 에너지
그래픽 = 산업종합저널 (생성형 AI 시각화)

이번 신고를 단순히 “알뜰주유소에도 같은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로만 보면 사안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협회가 문제 삼는 것은 정유사와 거래하는 상표 주유소와 정책 유통망인 알뜰주유소 사이에 다른 거래조건이 적용됐고, 그 차이가 실제 가격 경쟁 여건까지 흔들었는지 여부다. 다만 현재까지는 협회가 공정위에 제기한 신고 내용인 만큼, 사실관계와 법 위반 여부는 조사와 당사자 소명을 거쳐 판단될 사안이다.

■ 최고가격제 기간 장려금 지급 주장
협회는 지난 21일 정유 4사를 상대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거래행위 혐의 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신고서에는 정유사들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자사 상표 주유소에 리터당 약 30~80원의 정산장려금과 판매지원 등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협회는 SK에너지가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 휘발유와 경유에 리터당 30원을 지원했고, 경유에는 6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 리터당 50원을 추가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또 기존에 사들인 물량에도 소급할인이 적용됐지만, 한국석유공사 등을 거쳐 공급된 알뜰주유소 물량에는 같은 수준의 혜택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지원 규모와 지급 기준, 실제 적용 범위는 아직 협회 측 주장 단계다. 정유사 측 설명과 공정위 조사 여부에 따라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한다.

■ 가격표 뒤 원가 구조 차이
협회가 문제로 삼는 지점은 소비자가 보는 판매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가격표 뒤에 있는 원가 구조다. 알뜰주유소와 정유사 상표 주유소가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하더라도, 한쪽에만 장려금이나 할인으로 원가 보전이 이뤄졌다면 실제 남는 마진은 달라질 수 있다.

협회는 최고가격제 시행 직전인 3월 초 국제 석유제품 가격지표인 MOPS가 급등했지만, 알뜰주유소에는 기존 월평균 정산 원칙이 유지되면서 매입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협회 논리대로라면 판매가격 경쟁처럼 보이는 구간에서도 실제 경쟁은 그보다 앞선 매입원가 단계에서 이미 차이가 벌어졌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협회는 자영 알뜰주유소 약 400곳에서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약 5개월간 300억~500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이 수치는 협회 추산이며, 실제 손실 규모와 손실 발생 원인, 정유사 지원 정책과의 관련성은 객관적인 거래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알뜰주유소의 가격 견제 역할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 한국도로공사 등이 참여하는 정책 유통망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석유제품 공급을 통해 소매 유가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협회는 알뜰주유소의 손실이 누적돼 폐업하거나 정유사 상표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 시장의 가격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주장은 개별 사업자의 수익 문제를 넘어 소비자 가격과 유통시장 경쟁의 문제로 이어진다. 다만 알뜰주유소 수 감소가 곧바로 소매 유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영향은 지역별 주유소 수와 판매량, 알뜰주유소와 상표 주유소의 가격 차이, 폐업과 상표 전환 추이를 함께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다.

■ 공정위가 봐야 할 핵심 쟁점
협회는 정유사들의 행위가 거래조건 차별이나 이른바 이윤압착에 해당할 가능성까지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정유사 상표 주유소에는 장려금 등을 통해 실질 원가를 낮추는 지원이 이뤄진 반면, 알뜰주유소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공급조건이 적용돼 마진이 압박됐는지 따져봐 달라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장려금이 지급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공정위가 차별 여부를 판단하려면 정유사별 실제 공급가격과 장려금 지급액, 물량, 물류비, 결제조건, 소급할인 적용 여부 등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알뜰주유소 공급 조건과 상표 주유소 거래 조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고, 그 차이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신고의 핵심은 정유사가 얼마에 팔게 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얼마의 조건으로 기름을 들여올 수 있었는지에 가깝다.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면 주유소 앞 가격판보다 그 뒤에 있는 공급가와 정산방식, 실제 마진 구조가 이번 사안의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협회의 문제 제기는 ‘같은 판매가격 아래에서도 경쟁 조건은 다를 수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그 주장이 실제 거래자료로도 확인되는지, 그리고 공정거래법상 문제로 이어질 정도였는지는 앞으로의 조사 과정에서 가려질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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