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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 AI가 만든 부, 누구의 몫인가…‘AI 공유부’가 떠오른 이유

도민 79.1% “데이터센터 전력 부담 가계 전가는 불공정”…현금·기금·공공 지분 놓고 분배 논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문서 작성과 고객 상담을 넘어 생산계획과 물류, 연구개발까지 파고들면서 기술이 만든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새로운 정책 의제로 떠올랐다. 기업의 투자 성과는 보장하되 시민 데이터와 공공 인프라를 토대로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사회와 공유해야 한다는 이른바 ‘AI 공유부’ 논의다.

AI 공유부는 공공데이터와 연구개발 지원, 전력·통신망, 사회가 축적한 지식을 토대로 AI가 창출한 부의 일부를 시민에게 환원하거나 공공자산으로 축적하자는 구상이다. 기업의 기술력과 투자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의 편익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어떤 원칙으로 나눌 것인지가 핵심이다.

[기획①] AI가 만든 부, 누구의 몫인가…‘AI 공유부’가 떠오른 이유 - 산업종합저널 전기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인접 지역사회를 형상화한 이미지(생성형 AI 제작)

한국도 이 논의의 문턱에 섰다. 지난 7월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산업 진흥과 신뢰 기반 조성을 제도화하고 고영향 AI 사업자에게 위험관리와 이용자 보호, 사람의 관리·감독, AI가 도출한 결과와 주요 기준 등에 대한 설명 방안 마련 등을 요구한다. 다만 AI 산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환원할 것인지까지 규정하지는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AI, 전기와 땅을 먹는다
AI는 소프트웨어 산업처럼 보이지만 그 기반은 물리적이다. 초거대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냉각설비, 전력망, 통신 인프라가 필요하다.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은 송전망 확충과 냉각용수 확보, 소음과 폐열, 토지 이용 문제를 함께 떠안을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계획 중인 AI 데이터센터가 모두 가동될 경우 2037년 이후 연간 전력사용량이 128.9TWh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2025년 국내 전체 전력소비량 549.4TWh의 약 23.5%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미래의 잠재수요를 과거 한 해의 실제 소비량과 단순 비교한 수치이고 계획된 사업이 모두 현실화된다는 전제가 붙는다. 그럼에도 AI 산업 확대가 전력계통에 미칠 부담의 규모를 가늠하게 한다.

AI 산업정책이 GPU 확보와 인재 양성에만 머물 수 없는 이유다. 전기를 어디서 생산할지, 송전망 확충 비용을 누가 낼지, 데이터센터 유치 지역에는 어떤 편익을 돌려줄지까지 산업정책의 범위에 들어왔다.

AI 공유부는 기업 수익을 일률적으로 환수하자는 주장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공 연구개발과 데이터, 세제 혜택, 전력망 등 사회적 자원이 산업 성장에 투입됐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어떤 방식으로 정할 것인지가 논의의 한 축이다. 이익은 기업과 주주에게 돌아가고 비용은 가계와 지역사회가 부담하는 구조가 공정한지를 묻는 것이다.

“AI 공유부는 몰라도 비용 전가는 불공정”
경기연구원이 경기도민 4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AI 공유부’를 잘 안다는 응답이 5.5%에 그쳤다. 66.5%는 처음 들어봤다고 했고 28.0%는 들어봤지만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이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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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산업종합저널(AI 생성)

인지도는 AI 활용 능력과 소득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고급 기능까지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응답자 가운데 18.6%가 AI 공유부를 잘 안다고 답했지만 AI를 거의 활용하지 못하는 집단에서는 2.0%에 머물렀다. 월소득 200만 원 미만 응답자의 72.2%는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800만 원 이상 집단의 62.4%보다 9.8%포인트 높았다.

개념 인지도와 별개로 비용 부담의 공정성에는 분명한 반응이 나타났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에 따른 부담을 일반 가정이 질 경우 공정하지 않다고 본 응답자는 79.1%였다. AI 기업이 시민 데이터로 큰 수익을 올리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응답은 51.9%였다.

경기연구원은 두 문항의 차이를 두고 시민들이 기업의 수익 자체보다 산업 비용이 가계에 전가되는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이 조사는 데이터센터가 실제 가정용 전기요금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측정한 결과가 아니다. 부담이 가계로 넘어간다는 가정에 대한 공정성 인식 조사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AI가 만든 부에 누가 기여했는지를 묻는 항목에서는 시민이 28.1%로 가장 높았다. 인류 공동의 기여라는 응답이 25.1%, 기업은 21.5%였다. AI의 성과를 특정 기업만의 결과로 보지 않는 인식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현금으로 나눌까, 공동자산으로 남길까
AI 공유부의 분배 방식에는 하나의 답이 나오지 않았다. 1순위 기준으로 현금 직접지급이 39.6%로 가장 높았지만 AI 기금 조성도 33.0%, 국부펀드·지분 배당은 22.9%를 기록했다. 현금 선호가 앞섰지만 장기 재원과 공공자산을 만들자는 의견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AI 배당금의 적정 수준으로는 월 10만 원 이상 50만 원 미만을 고른 응답자가 42.8%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84.2%는 월 100만 원 미만을 적정선으로 봤다.

사용처는 기본 생활비가 64.6%로 가장 높았다. 저축·투자는 40.1%, 취미·여가는 36.0%였다. 기본 생활비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점에서는 AI 배당을 생계비 보완 재원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저축·투자와 취미·여가 응답도 적지 않았다.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는 응답도 75.2%에 달했다. AI 공유부를 잘 모르는 시민이 대다수지만 자신의 소득과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인됐다.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논의를 미룰 수는 없다. 어떤 재원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 현금과 공공투자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부터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정책 수용성은 지급액 못지않게 설계 과정의 투명성과 참여 방식에서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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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이미

대만은 현금 환원 추진, 미국은 공공 지분 제안
해외에서도 AI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나누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현금 환원과 공공 지분, 자동화 과세는 서로 다른 제도인 만큼 모두 ‘AI 배당’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대만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 전 국민 1인당 1만 대만달러를 지급하기 위한 2357억 대만달러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칭더 총통은 AI 관련 산업 호황이 뒷받침한 경제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공유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는 AI 기업 수익에 별도 세금을 부과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설 배당제도라기보다 산업 호황으로 확대된 재정 여력을 활용한 현금 환원책에 가깝다. 예산안 절차도 남아 있다.

미국에서는 AI 성장의 과실을 공공 지분으로 축적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AI 경제에 공공이 지분을 갖는 연방 차원의 ‘공공 지분 펀드’를 만들고 그 수익을 AI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전환 지원 등에 활용하자는 구상을 내놨다. 다만 지분 취득 방식과 대상 기업, 운용 구조 등은 구체적인 제도로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미국 AI 국부펀드법안’은 더 직접적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대형 AI 기업의 지분 50%를 일회성 세금 형태로 공공펀드에 편입하는 내용이다. 샌더스 측은 현재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약 7조 달러 규모의 펀드가 조성될 수 있으며 펀드 가치의 5%를 매년 배분하면 미국인 한 명당 1000달러 이상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 발의된 법안 단계다.

자동화에 별도로 세금을 부과하자는 ‘로봇세’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자동화로 발생한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재교육이나 사회서비스 등에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과세 대상과 방식에는 여러 견해가 있고 보편적으로 도입된 AI 배당제도로 볼 수는 없다.

AI가 만든 부를 나누자는 주장만으로 제도는 완성되지 않는다. ‘얼마를 나눌 것인가’에 앞서 ‘무엇을 공공의 몫으로 볼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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