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이 가까워도 계속 일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의 형편을 알 수는 없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쌓아온 경력을 활용하고 사회와 연결되기 위해 일하는 사람도 있다. 소득과 사회적 관계가 모두 중요한 사람도 있다. 같은 고령 취업자라도 노동의 이유와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여력은 다르다.
한국의 고령 노동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동시에 교육 수준과 직업 경력, 연금과 자산 기반이 서로 다른 세대가 고령층에 합류하고 있다. 노년기 노동의 성격도 다양해지는 배경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6월 발간한 ‘고령층은 왜 계속 일하는가: 세대 교체와 노동 구조의 분화’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했다. 연구는 2014년과 2024년의 고령층을 비교해 노동참여와 소득·자산 구조의 변화를 분석했다.
같은 61~65세, 달라진 학력과 노동참여
고령 노동시장의 변화를 이해하려면 같은 연령대를 채우는 세대가 달라졌다는 점부터 살펴야 한다.
2014년 61~65세였던 사람들은 1949~1953년생이다. 2024년 같은 연령대에 들어온 사람들은 1959~1963년생이다. 나이는 같지만 성장 과정과 교육 기회, 직장 경험은 다르다.
연구에 따르면 두 집단의 대졸 이상 비율은 12.7%에서 26.2%로 높아졌다. 국민연금 수급자에 한정한 월평균 수령액은 48만5,000원에서 65만1,000원으로 늘었고, 가구 순자산 중위값도 약 25% 높아진 것으로 제시됐다.
노동참여율 역시 상승했다. 61~65세 남성은 2014년 64.7%에서 2024년 75.9%로, 여성은 33.8%에서 49.9%로 높아졌다.
같은 연령대라도 학력과 직업 경력, 자산 기반이 다른 세대가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연금 수령액과 순자산의 금액 차이만으로 생활 여건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알 수 없다. 물가와 자산 구성에 따라 실제 생활 수준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1955~1963년생 1차 베이비부머에 이어 1964~1974년생 2차 베이비부머도 은퇴 연령에 들어서고 있다. 노동시장 경험이 다른 대규모 세대가 차례로 노년기에 진입하면서 고령 취업자의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높은 고용률과 빈곤율이 함께 나타나는 노년
새로운 세대의 학력과 자산 기반이 달라졌다고 해서 생계형 고령 노동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5’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65~69세 고용률은 약 57%로 OECD 평균인 약 26%의 두 배를 웃돌았다. 같은 보고서에 실린 2022년 한국의 66세 이상 상대적 소득빈곤율은 39.7%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고용률과 빈곤율은 연령 범위와 기준연도가 달라 동일한 집단을 비교한 수치는 아니다. 두 지표가 보여주는 것은 고령층의 높은 취업 수준과 노후소득 문제가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다.
고령층 내부의 빈곤 격차도 컸다. 2022년 기준 66~75세의 상대적 소득빈곤율은 29.8%였지만 75세 초과 집단은 54.0%에 달했다. 여성은 45.0%로 남성 32.6%보다 높았다.
취업 여부만으로 고령층의 생활 수준을 알기는 어렵다. 일해서 얻는 소득과 연금, 가구의 경제적 여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분석에서는 일정 수준의 연금과 자산을 함께 보유한 집단의 노동참여율도 47.5%로 나타났다. 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집단뿐 아니라 연금과 자산을 보유한 집단에서도 노동참여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노동을 이어가는 이유도 복합적이다.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기존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소득이 필요할 수 있다. 오랫동안 해온 일을 계속하며 보람을 얻거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욕구도 작용한다.
연금과 자산을 보유한 사람에게도 경제적 필요와 정서적 만족, 건강과 사회적 교류가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유 자산만으로 노동의 자발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고령자 일자리, 취업자 수보다 선택권
고령층을 하나의 취약집단으로 보는 정책은 이런 차이를 놓치기 쉽다.
생계가 막막한 사람에게는 일자리와 함께 안정적인 노후소득이 절실하다. 반면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은 사람에게 단시간 단순 업무만 제공한다면 그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건강과 경력에 맞춰 근로시간과 업무 강도를 조정하며 고용을 이어갈 수 있는 점진적 은퇴 경로도 필요하다.
연금과 노동정책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짧거나 안정적인 퇴직연금이 없는 사람은 일할 수 없게 되는 순간 소득 위험이 커진다. 노후소득 기반은 고령자가 건강과 적성에 맞춰 노동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고령 노동정책의 성과를 취업자가 얼마나 늘었는지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생계를 위해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과 경력을 살리기 위해 일을 이어가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 소득보장과 경력 활용, 근로시간 조정과 재취업 지원을 각자의 여건에 맞춰 연결해야 한다.
고령층이 많이 일하는 사회가 곧 노후가 안정된 사회는 아니다. 더 오래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만큼 일을 줄이거나 그만둘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고령 노동시장의 변화를 읽는 기준은 취업자 수를 넘어 노동의 선택권으로 옮겨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