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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년, 달라지는 노동시장 ③] 정년연장은 누구에게 닿나…주된 일자리 떠난 중고령층의 과제

55~79세 주된 일자리 이탈자, 그만둔 나이 평균 53세…퇴직 사유 중 정년 13.2%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면 노동자는 5년 더 일할 수 있을까. 정년까지 일자리를 유지한 사람에게는 고용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주된 직장을 떠난 사람에게는 정년 변경의 혜택이 곧바로 닿지 않는다.

[일하는 노년, 달라지는 노동시장 ③] 정년연장은 누구에게 닿나…주된 일자리 떠난 중고령층의 과제 - 산업종합저널 FA
콘텐츠 연출=본지(생성형 AI 기반) / 등장인물과 일부 장면은 기사 이해를 위해 재구성했음.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일과 이미 주된 일자리를 떠난 사람의 고용·소득을 지원하는 일은 서로 다른 과제다. 한국의 정년연장 논의는 두 문제를 함께 마주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정년연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구축의 조건과 정책과제: 대기업 사례를 중심으로’는 정년연장을 기업 내부의 임금·승진·채용 구조와 연결해 살펴봤다.

고령 노동시장의 다양한 고용형태까지 함께 보면 질문은 더 분명해진다. 정년을 늘리는 정책은 누구에게 먼저 도달하고, 누구를 여전히 제도 밖에 남겨두는가.

법정 최소 정년 60세와 주된 일자리 이탈 시점의 간극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가운데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들의 당시 평균 연령은 53세였다. 해당 일자리를 떠난 사유 중 정년퇴직 비율은 13.2%였다.

이 수치는 조사 대상자의 과거 일자리 이탈 경험을 집계한 것으로,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도 포함한다. 법정 정년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정년 상향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다양한 일자리 이탈 경로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년까지 남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제도의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025년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는 정년퇴직자의 33.6%가 1,000인 이상 사업체 출신으로 나타났다. 브리프는 이러한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정년연장의 직접적인 효과가 대규모 사업체의 정규고용에 우선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년연장은 중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를 고령층 전체의 고용안정 대책과 동일시하면 이미 주된 직장을 떠난 사람이나 정년제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은 논의에서 멀어진다.

기업에서 정년연장은 인건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년연장을 둘러싼 기업의 고민은 임금을 몇 년 더 지급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26년 7월 대기업 유통업 인사담당자와 제조업 인사·노무담당자, 노동전문기자 등 세 명을 심층 면담해 기업 내부에서 정년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봤다. 두 기업과 전문가 한 명의 경험을 살펴본 사례연구로, 결과를 대기업 전체의 경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면담에서는 정년 이전에 퇴직을 권유받던 관행이 일부 약해지면서 정년까지 남는 직원이 늘어나는 변화가 제시됐다. 한 유통기업 인사담당자는 과거 고직급 직원 10명 중 약 9명이 정년 전 퇴직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최근에는 7~8명이 남는다고 진술했다.

연구는 이를 일부 대기업에서 법정 정년이 실질적인 고용보장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는 사례로 해석했다.

정년까지 남는 직원이 늘면 기업은 임금뿐 아니라 직급과 보직을 어떻게 운영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상위 직급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 후속 직원의 승진과 보직 이동이 늦어질 수 있다. 기존 인력의 퇴직 규모에 맞춰 신규채용 인원을 정하는 기업에서는 퇴직 시점의 변화가 채용 여력과 연결되기도 한다.

특히 근속연수가 늘수록 임금과 직급이 상승하는 구조에서는 고용기간을 늘리는 일이 인사체계 전반의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정년연장이 곧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업 규모와 산업, 인력 수요, 임금체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전후의 채용 규모와 직무 재배치, 임금 구조를 함께 살펴야 세대 간 고용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일하는 노년, 달라지는 노동시장 ③] 정년연장은 누구에게 닿나…주된 일자리 떠난 중고령층의 과제 - 산업종합저널 FA
콘텐츠 연출=본지(생성형 AI 기반) / 등장인물과 일부 장면은 기사 이해를 위해 재구성했으며 실제와 다름

같은 대기업 안에서도 직무에 따라 갈리는 재고용
면담한 두 기업에서는 정년 이후 계속 일할 기회가 직무에 따라 달랐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제조업 면담 사례에서는 기술직을 중심으로 1년 단위 촉탁직 재고용이 이뤄졌다. 재고용 기간은 총 2년 이내로, 1년 계약 후 한 차례 연장하는 이른바 ‘1+1’ 방식이다. 생산 업무에서는 노사합의에 따른 고용연장의 성격이 강했고 정비 업무에서는 축적된 숙련을 활용하려는 필요가 작용했다.

반면 연구직과 일반직의 재고용은 거의 없었다. 유통기업에서도 일부 매장 현장직은 재고용했지만 본사 사무직은 사실상 대상에서 빠졌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만 계속고용 대상으로 삼으면 고령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직무와 책임의 변화 없이 고용기간만 일률적으로 늘리면 임금과 인사운영을 둘러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고용기간을 보장하는 원칙과 실제 근로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을 함께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정년연장·정년폐지·재고용은 서로 다른 방식
고령자 계속고용은 정년연장보다 넓은 개념이다.

정년연장은 정해진 퇴직 연령을 높이는 방식이다. 정년폐지는 연령을 기준으로 한 정년제 자체를 없애는 것이고, 재고용은 정년퇴직 이후 다시 근로계약을 맺어 일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도 정년연장·정년폐지·재고용을 구분해, 요건을 충족한 우선지원대상기업과 중견기업, 사회적기업 등을 지원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대기업에서는 65세까지의 고용보장 원칙을 의무화하되 재고용을 포함한 다양한 계속고용 방식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직무와 책임에 맞는 임금·근로조건 조정을 병행하고 장기적으로는 근속 중심의 임금·직급체계를 직무와 역할을 더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년연장 논의가 실효성을 얻으려면 기업의 인력운영 방식과 노동자의 고용안정 요구를 함께 다뤄야 한다.

정년제 밖에는 이미 일하는 고령자가 있다
정년연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그보다 앞선 시점에도 있다.

정년에 도달하기 전에 주된 일자리를 떠난 사람에게 정년연장만으로 소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일자리로 옮겼더라도 임금이 낮아지거나 근로시간이 불규칙해졌다면 계속 일한다는 사실만으로 생활이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고령층에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처럼 기업의 정년 상향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단시간으로 일하는 고령자의 근로조건도 살펴야 한다. 이들에게는 작업장 안전과 건강 보호, 소득 안정, 사회보험 가입, 직업전환 지원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정년제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중고령층을 위해 고용유지와 직업전환,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된 일자리에서 고용을 이어가는 사람에게는 계속고용과 점진적 은퇴 경로가 필요하다. 일찍 직장을 떠난 사람에게는 재취업과 경력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이미 불안정한 조건에서 일하는 고령자에게는 작업 안전과 소득보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년연장의 효과는 고용기간을 얼마나 늘리느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기업 안에서는 임금과 직무, 승진·채용체계를 함께 살펴야 하고 기업 밖에서는 주된 일자리를 일찍 떠난 중고령층의 재취업과 소득 공백에 대응해야 한다.

정년까지 남은 사람의 고용을 연장하는 정책과 정년제 밖에 있는 사람의 노동·소득을 보호하는 정책은 대체관계가 아니다. 고령 노동시장의 서로 다른 현실을 연결하는 두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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