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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톺아보기] 세계 4위 로봇 시장인데…로봇 매출 100억 기업은 3.2%

국내 로봇사업체 97.9%가 중소기업…실증이 납품으로, 첫 주문이 양산으로 이어지나

공장에 로봇 한 대가 들어오기까지는 여러 확인이 필요하다. 기존 설비와 맞아야 하고, 생산 속도를 따라가야 하며, 품질도 유지해야 한다. 고장이 났을 때 얼마나 빨리 복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공장이 도입 이후의 성과를 따지는 동안, 공급기업에도 질문이 남는다. 첫 납품은 다음 주문으로 이어졌을까.
[산업톺아보기] 세계 4위 로봇 시장인데…로봇 매출 100억 기업은 3.2% - 산업종합저널 부품
자료 재구성=본지(AI 도구 활용)

한국은 제조용 로봇 신규 판매대수 기준 세계 4위 시장이다. 반면 국내 로봇사업체 가운데 로봇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기업은 3.2%에 그친다.

두 숫자를 곧바로 맞붙일 수는 없다. 세계 4위는 국내에서 판매된 제조용 로봇 대수를 기준으로 한 시장 순위다. 한국 기업이 몇 대를 팔았는지, 국산 로봇이 얼마나 쓰였는지를 뜻하지 않는다. 3.2%는 국내 로봇사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로봇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기업의 비중을 집계한 수치다.

비교의 기준은 다르다.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이만큼 큰 수요가 국내 로봇기업의 성장으로는 얼마나 이어지고 있을까.

로봇을 많이 사는 나라, 공급기업은 얼마나 컸나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로봇사업체는 2509개사다. 이 가운데 97.9%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산업 경쟁력을 낮게 평가할 수는 없다. 특정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제어기술에 집중하는 기업도 있다. 산업 구조상 규모가 작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존재할 수 있다.

한국에 상당한 로봇 수요가 존재한다면 그 수요 가운데 얼마가 국내 기업의 매출로 연결됐는지는 따로 살펴봐야 한다.

이를 확인하려면 국산 로봇 판매 비중과 기업별 납품 실적, 반복 수주 여부가 함께 필요하다. 이번 자료에 제시된 기업 규모 통계만으로는 국내 기업이 시장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까지 알 수 없다.

국내 로봇 수요가 공급기업의 매출과 반복 수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첫 납품까지 갔다고 사업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로봇기업에 기술개발은 출발점에 가깝다.

실제 공장에 들어가려면 또 다른 시험이 시작된다. 기존 생산라인과 연결돼야 하고, 요구되는 작업 속도와 정밀도를 맞춰야 한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유지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한 공장에서 성공한 로봇이 다른 공장에 그대로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생산품이 다르고 설비 배치가 다르면 프로그램과 장비를 다시 조정해야 할 수 있다. 납품 한 건마다 별도의 설계와 설치가 뒤따르면 주문이 늘수록 기업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수요기업과 연계한 실증, 초기 양산, 납품 실적 확보 지원을 제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증에서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더라도 납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첫 납품에 성공한 뒤에도 추가 주문이라는 문턱이 남는다.

같은 제품이 두 번째, 세 번째 공장에도 들어가는지, 주문이 늘었을 때 품질과 납기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따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달라진다.

로봇산업에서 성장의 문턱은 기술개발과 첫 시연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첫 주문과 반복 주문 사이에도 있다.
[산업톺아보기] 세계 4위 로봇 시장인데…로봇 매출 100억 기업은 3.2% - 산업종합저널 부품
일러스트=산업종합저널·생성형 AI 활용

완제품이 팔린 뒤 부품기업에도 주문이 갔나
로봇 한 대에는 여러 기업의 기술이 들어간다.

감속기와 모터가 움직임을 만들고, 제어장치와 소프트웨어가 이를 조율한다. 완제품 기업이 성장한다고 해서 국내 부품기업까지 자동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연구원 전문가 조사에서 국내 제조용 로봇산업의 부품·소프트웨어 조달 부문은 64.0점을 기록했다. 국내 가치사슬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평가됐다.

이 숫자를 국산 부품 사용률로 읽어서는 안 된다.

64.0점은 국내 로봇산업의 공급 기반을 전문가들이 평가한 결과다. 실제 국산 부품 비중이나 해외 의존도를 직접 보여주는 통계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완제품 시장의 성장만으로 산업 전체의 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은 드러난다.

국내에서 로봇 판매가 늘어도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상당 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한다면 매출이 국내 공급망 전체로 퍼지는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국내 부품기업이 해외 로봇 제조사의 공급망에 들어간다면 국내 완제품 시장과 별개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확인해야 할 것은 로봇 한 대의 판매량만이 아니다. 그 안에 국내 기업의 기술과 부품,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들어갔고, 그 거래가 다시 다음 주문으로 이어졌는지도 봐야 한다.

보급대수 뒤에 가려진 숫자
박상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활용 경험과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국내 기술·데이터·제품·기업의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연결고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 연결고리를 확인하려면 보급대수 이후를 봐야 한다. 실증에 참여한 기업이 납품에 성공했는지, 첫 납품 이후 추가 주문을 확보했는지, 늘어난 주문을 감당할 생산 기반을 갖췄는지다.

이번 자료에 제시된 기업 규모 통계만으로 그 흐름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 여러 해에 걸친 매출과 수주, 반복 납품 실적을 함께 봐야 한다.

공장에 로봇 한 대가 더 들어갔다는 사실과 국내 로봇기업 한 곳이 성장했다는 사실은 같은 말이 아니다.

실증이 납품으로 이어졌는가. 첫 주문이 두 번째 주문으로 이어졌는가. 그리고 그 주문을 감당할 기업으로 커졌는가.

세계 4위 로봇 시장이라는 숫자 뒤에서, 이제는 그 문턱을 넘은 기업이 몇 곳인지도 세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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