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내 최대 제조국이자 물류 허브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이 있다. 한국은 자동차 부품, 철강, 이차전지, 특수수지 등 전략 품목을 통해 남아공의 산업 전환과 에너지 전환 흐름에 참여할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발표한 '아프리카를 여는 문, 남아공 수출 유망품목 및 진출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수입의 약 29%를 담당하며 제조와 물류 중심지로 자리한다. 산업경쟁력지수(CIP) 기준 10년 연속 아프리카 1위를 유지했고, 세계은행 물류성과지수(LPI)에서도 세계 19위로, 대륙 내 가장 효율적인 물류 인프라를 갖췄다.
남아공은 광업과 제조업 등 산업 생산 활동에 필수적인 자본재·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으며, 최근 10년간 중국과 인도에 대한 수입 비중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력망 안정화, 제조업 고도화, 친환경 전환을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아프리카자유무역협정(AfCFTA)을 활용한 역내 가치사슬 통합도 병행한다.
특히 올해부터 중앙정부 주도의 구조 개혁 프로그램인 '불린들라 경제계획(Operation Vulindlela)'이 지방정부로 확대되면서, 전력 인프라, 자동차·디지털 중심 제조업, 재생에너지·수소 등 신산업 분야의 수입 수요가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韓 4대 유망 품목 '주목'… 車·철강·이차전지
한국은 기술력, 친환경 공정 역량, 합리적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이 전환기에 전략 파트너로 참여할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BCG Matrix와 대칭적 현시비교우위지수(RSCA)를 활용한 분석에서는 자동차 부품, 철강, 이차전지(에너지신산업), 특수수지(첨단신소재) 등 24개 세부 품목이 남아공 수출 유망군으로 제시됐다.
보고서를 보면, 남아공은 2024년 기준 아프리카 전체 자동차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차체·브레이크·구동축 등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연도금강판·주석도금박판 등의 철강재, 전기차(EV)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이차전지, 절연·경량 소재로 쓰이는 아크릴계 폴리머 등도 유망 품목군으로 꼽혔다.
현지 주요 경제단체 BUSA(Business Unity South Africa)도 한국 제품에 대해 “첨단 기술력과 합리적 가격 경쟁력을 갖춘 산업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으며, 에너지·배터리 등 핵심 산업 외에도 화장품·식품 등 소비재 영역에서도 확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BBBEE'·中 가격 경쟁… 현지화 장벽은 과제
하지만 남아공 진출에는 특수한 제도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흑인경제역량강화법(BBBEE)은 공공 입찰 참여, 고용, 지분구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현지화 기준을 제시하며, 엄격한 노동·환경 규제, 수입통제, 비자 발급 지연 등도 기업들의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수입시장에서 21.5%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과의 가격 경쟁은 진입 초기부터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G20 개최국 남아공, 韓 전략 거점"
그럼에도, 남아공은 아프리카 유일의 G20·BRICS 회원국으로 대륙 내 경제·외교적 영향력이 크며, 올해 11월에는 아프리카 최초로 G20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남아공의 1인당 GDP(PPP)는 1만 5천457달러로, 사하라 이남 평균(4천949달러)의 3배 이상이다. 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JSE)는 아프리카 전체 시가총액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금융 중심지 역할도 겸하고 있다.
무협은 “남아공은 제도화와 개방성이 높은 국가로,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민관 공동 대응과 공공 인프라(PPP)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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